농부의 일이란
오랜 시간 허리 꾸부려 일을 한다고 자랑할 게 못된다.
해가 짧아지는 요즈음,
특히 가을 초입에 하는 일일랑 장시간 무슨 일을 한다기 보다
이것저것 두서없다는 말이 맞다.
해야할 일 가짓수가 그만큼 많은 것이다.
추수라는 이름으로 지난 여름의 설거지가 요즘 일이고,
다가올 겨우살이 준비가 이맘 때 일이다.
게다가 가뭄까지 겹쳐 일이 일을 거든다.
비가 올 생각이 전혀없는 하늘이기에 열심히 물을 운반해
나루터 김장무에 물을 주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년내내 새삼스러울 거 하나 없는 마당에 잡초도
드나드는 이웃사람 보기에 남사스러워 가끔
깎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우굿했던 잡초로 밀림을 방불케 하던 동밭을 오늘따라 마음먹고 오전내내
거의 개간 수준으로 정리하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이웃 아주머니가 뭘 심을 거냐고 열심히 묻는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도 많다.
살짝 덜 익은 풋대추 맛 아세요?
대추나무 밑을 지나다가 떨어진 대추 줏어먹는 이 맛.
귀촌의 맛!
푸릇푸릇 누릿누릿 요렇게 익었을 이맘 때가
제일 맛이 있을 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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