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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우리 시대의 마지막 '뻥!'

 

 

 

 

 

 

 

소소한 신변잡사까지 줏어섬기기가 뭣하나

어쩔 수 없다.

 

주전부리 이야기다.

 

 

 

 

군것질하곤 담을 쌓은 나도 예외가 딱 하나 있다면

'뻥'이다.

 

몇년 전, 한동안 열심히 튀겨다 먹다가 싹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최근에 와서 도졌다.

 

강냉이 틔김.

 

한번 입에 댔다하면 입안이 까칠하도록 끝장을 보아야 하고,

누군가 옆에서 말려주어야 섭섭해 하며 때론 못이긴 척,

손을 털고 일어나는 버릇이 그것이다.

 

매실 따고 감자 캐고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총중에  

오늘도  

뻥집 행(行)이다. 

 

 

 

 

 

 

얼기설기 함석을 덧대고 합판들을 붙여,

색색 천막 쪼가리를 뒤덮었다.

 

본래 이 길 건너편에 납작 엎드려 있었는데

재래시장을 재개발하면서 주차장이 들어서자 하루아침에 쫒겨나

짜투리 땅 후미진 곳을 찾아 봄까치 둥지 틀듯 뚝딱뚝딱

하루 아침에 또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여기다.

 

사람의 능력이란 진화하는지라

볼수록 진진하고 훌륭하다.

 

 

 

 

 

사방팔방으로 터진 문짝이나 창문으로 보아

이보다 더 시원할 곳이 없으련만

오뉴월 염천에 프로판가스 열기까지 보탠 작업실은

 완전 찜통이다.

 

10분 걸이로 터지는

'뻥' 소리가 그래서 후련하다.

 

병원 다녀오느라 문을 늦게 연 탓으로 순서를 기다리는 단골들로

뻥튀기 영감님의 발놀림은 재고 손길은 더 바쁘다.

 

송글송글 땀방울을

손바닥으로 연신 훔친다. 

 

 

 

 

 

"티비에 나왔슈. 찍어 갔슈."

 

"그래요. 어느 티빈데유?"

 

"몰 것슈. 난 못봤는디, 다들 보구서 나왔다구 허대."

 

"축하 합니더예."

 

"축하고 뭐구 인제 안혀유. 이래라 저래라 워찌나 성가시러운지...

사람들은 내가 돈푼깨나 받구서 나온 줄 알유."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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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내가 뻥 친 것도 아닌데

뻥 영감은 내가 자기보다 서너살 위인 걸로 알고있다.

 

이걸

언제 이실직고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