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업을 타고났음인 가,
초저녁 잠이 드센 나를 깨우는 건
오로지 빗소리 뿐이다.
들까말까 어렴풋한 잠결에 창틈으로 들려오는 소리는
장대비가 분명했다.
순식간에 잠이 도망을 갔다.
비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하루종일 우중충한 날씨가 못미더워
비 단도리는 한다고 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외등을 켜고 나가 둘러보았으나
흔히 말하는 국지성 호우...
지나가는 비다.
처마 밑의 박.
오늘이 랑데뷰 하는 날이다.
칠월 칠석은
아직 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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