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 물병에는 '무 말랭이 차'다.
맹물보다 훨씬 낫다.
군것질도 때가 있는 지,
알 강냉이 한 자루 생긴 김에 이거 한번 실컷 먹어보자며
요사이 심심풀이 강냉이 틔김에 푹 빠졌다.
많이 틔겨놓으면 곧장 눅눅해지고 고소한 맛이 날아가
읍내 나가는 날이면 한줌 씩 틔겨온다.
♡♡♡♡♡
오늘도 뻥 집에 들렀다가 뭔가를 들고온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게 뭔감유?"
"무 말랭이래유."
"무 말랭이?"
"그럼유, 아토피에 얼매나 좋은디유...당뇨, 기침에두유... 만병통치래유."
무 말랭이 차?
자칭 '무 말랭이 박사'인 내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겨울 초입에 해마다 만드는 무 말랭이는
내 전공이다.
뻥 기계에 넣어 틔기더니,
'뻥' 소리도 없이 잠시 후 나오는 걸 보니
틔기는 게 아니라 볶아냈다는 말이 맞을 듯.
"쬐끔 드릴가유. 한번 잡숴 보슈."
신기하게 보고 있는 나에게, 내가 미처 미안해할 사이도 없이
한 줌이 아니라 손길도 재바르게 두 줌을
퍽퍽 담아준다.
나눠주는 인정 만큼이나
노릿노릿 무 말랭이 틔긴 냄새가 뻥집에 온통
구수하다.
어제 뻥집의 그 무 말랭이가 오늘 아침에
무 말랭이 차가 되었다.
흔히 하는 말:
'지식의 공유.'
혼자 아는 걸 다같이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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