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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콩나물 기르기(2)

 

 

 

 

 

 

 

 

 

콩나물도 생명을 기른다는 범주에 넣고보니

잔신경이 쓰인다.

 

하루에 몇 번 물을 주는 지 모를 정도로 잊을 만하기 전에

미리 넉넉히 준다.

자다가도 일어나면 일정심으로 물을 준다.

 

콩나물을 키워 본 바는 없으나 곁눈질로 더러 들여다본 바는 있어

콩나물이란

으레 물 만 잘 주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소싯적 어느 해는 콩나물 자라듯이 쑥쑥 자라

한해 키가 12센티를 큰 적도 있다.

 

콩나물 교실에서 콩나물 대가리를 조롱하며 음악시간을 용케 버텼으나 

애시당초 창가(노래)는 나하고 그다지 동무할 생각이 없었다.

 

시원하기야 콩나물 국에 비할 게 어디 있냐는 말은 사회물을 먹으며

일찌감치 터득해 절로 입버릇이 되었고,

콩나물아구찜 맛집은 지리상 요소요소에 빠짐없이

점찍어둔 바 오래되었다.

 

아스파라긴산이 어쩌구, 물만 먹고 자란 놈이 무슨 영양가가 있겠냐는 둥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잡학사전을 펼쳐본 적이 없을 뿐더러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않았다.

 

아무려나 콩나물을 좋아한다.

한국은행에 돈이 떨어지면 떨어졌지 지금까지 콩나물 봉지가 냉장고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몇년 전에 사다두었던 콩나물 재배 용기가 드디어

제구실을 할 기회를 얻었다.

먼지만 뒤집어쓴채 천덕꾸러기로 이리 갔다 저리 보냈다 하다가

언제 어느 모서리에 부딪쳤는지

살짝 금이 가긴했으나 콩나물 만들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콩나물 자급자족의 시대를 이제야 열게된 건

만시지탄이다.

 

 

 

 

오늘 살며시 열어보니

제법 촉이 났다.

 

그래 그래

콩나물 자라듯

쑥쑥 자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