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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비 오는 날,'남문리 5층석탑'에 가다

 

 

 

 

 

 

 

 

 

봄비란 오는 것 같으면서 오지 않고

안오는 가보다 하면 대지를 적신다. 

 

아침나절 하늘을 쳐다보며 밭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오늘 어딘가에 가야할 곳이 생각났다. 

 

3~4년 전이다.

 

태안 해양경찰서 인근이라는 것만 대충 알고

시골이야 거기가 거기겠거니 생각하며

'남문리 5층 석탑'을 보러 갔다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그 때가 한겨울이어서

행인도 없을 뿐더러

임시 컨테이너를 갖다두고 공사판을 얼른거리는 사람들이 몇 있었으나

석탑 운운...과 거리가 멀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며칠 전,

 태안 읍내 교통광장 오거리에서 법원 태안지원 건물을 지나가는데

'남문리 5층석탑' 표지판이 우연히 눈에 띄었다.

 

옳지, 가까운 시일내 가보는 거다 새삼 작심을 했는데

그 날이 오늘이었다.

 

마침 비도 촉촉히 오고, 헛걸음했던 그 날을 만회하기에는

오늘이 아주 적절했다.

 

 

 

 

우회전하여 300미터 거리에 있다는 표지판을 확인하고 진입했으나

300미터 쯤 가서 어딘가에 현장 표지판이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거긴가 두리번거리며 가다보니 

농로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

저 멀리 봄채비를 하는지 촌노 한 분을 발견하고 걸어들어가 물어보았다.

가는귀를 잡수신 데다 말조차 어눌했다.

 

나 하고 '남문리 5층석탑'관 인연이 없는 가보다 생각하며

백미러에 비치는 외길을 후진하는 등, 왔던 길을 간신히 돌아나오는데

어느 대삿집을 다녀오는지 낮술이 얼큰한 행인을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다.

 

또박또박 기대 이상으로 되짚어가는 길을 가르쳐주었다.

 

 "....가다보면 자갈 쌓아논 데가 보여유. 바로 거기유.'

 

이렇게 자갈 쌓아놓은 곳으로 찾아갔더니  

'남문리 5층석탑'이

간신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의 환경도 환경이려니와

첫 눈에 벌써 없어지고 깨지고 갈라져 초라한 형색은

 

'비교적 손상이 심하지않은 ...

신라의 양식과 백제의 기법을 가미한 고려시대 불탑으로...

불적(佛跡)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안내판에 씌여있는 내용과 달리

이미 딴길로 가고 있었다.

 

 

 

 

도매금 국가 시책에

억지로 몇푼어치 예산을 찍어발라 

면피용 눈요기 모양새에 급급하고 있음이라.

 

'가볼만 한 곳'에 당당히 소개되고 있는

시도 지정 우리 문화재 자료들이 과연 이 정도 밖에

관리가 안될 가.

 

국민의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는 건 아닐 가.

 

종일 내내 오락가락하는 날씨 만큼이나

오늘 '남문리 석탑'행은

을씨년스런 행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