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이제야 익어가는 고추를 따다 소금물에 절여두는 일도 이 때다.
책책 심어진 김장무는 슬슬 솎아서 무청은 시레기로 말린다. 가을맞이 첫
깍두기는 풋풋하다.
끝물 태양초 뿔따기다. 쉬엄쉬엄 말려두면 김장에 요긴하다네.
캐둔 고구마 걷우기. 가을의 일상은 여자들이 더 바쁘다. 가을이 익어갈수록
그렇다. 농촌에 있어보니 새삼 그런 생각이 든다.
을매기하러 오누, 하고 부르면 그냥 자나칠 수 없다. 지나가던 아지매가 못
이긴 척 합세한다. 무슨 얘기들이 저리 많을 가. 밭두렁 담화는 동네 정보의
산실.
"조오기 봐, 저 아저씨 또 사진 찍네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