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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꿈속의 영감

 

 

 

토란잎에 빗방울이 구른다. 익어가는 볏닢에 얹힌 은방울도 바람결에 곧 굴러내릴

태세다.  또닥또닥 내리는 비가 하루종일 그렇다. 게으른 사람 놀기 좋고 부지런한

사람 밭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산보 삼아 버갯속영감 댁을 들렸더니 할머니는 비를 피해 창고 안에서 혼자 고추

뿔따기를 하고 있어 잠시 거들었다. 아들, 며느리는 품앗이 마늘 심으러 나갔기에

하루 종일 집을 본다. 그야말로 노니 염불하는 노인들의 일상이다. 

 

"돌아가신 영감님, 꿈에 자주 봅니꺼?"

뜬금없이 내가 물었다. 버갯속 영감님이 가신지 반년이 되었다.

"안 와. 근디 열흘 전에 어쩌다 나오데. 책 싸들고 중국 간다더마."

"중국 놀러 한번 가시지예. 같이."

"잉."

 

 

 

할머니가 쪽파 씨를 주시겠단다. 돌아오는 길에 도내나루 무 밭을 둘러보았다.  무

새싹이 파릇파릇 고르게 올라왔다. 간밤에 고라니 놈들이 분탕질한 발자국이 역력

하다.

 

얻어 온 파씨를 또닥비 속에 심고나니 해가 저문다. 서재 창가의 오죽도 촉촉히 가을

비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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