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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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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에 백로 날다 서해바다 가로림만의 남단. 도내나루 앞 개펄에 쌍섬... 해질 무렵에 갯골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논에 있어야 할 백로가 여기에. 그림 같다. 사방 천지가 자연 그대로다. 이화산 능선 저 너머로 태안반도 원북, 이원, 만대. 멀리 오른 편으로 긴 굴뚝에 하얀 연기는 태안화력발전소다.
가로림만의 일엽편주 여기는 가로림만의 남쪽. 두 섬이 나란한 쌍섬 너머로 태안반도. 이화산 능선이 청산리 포구로 이어진다. 아, 봄은 봄이로되 올봄은 바람 잘 날이 없구나...
가로림만의 남쪽 저녁무렵에 앞뜰을 걸었다. 도내수로 방죽을 따라 갈대밭이다. 여기도 바다였다. 40여 년 전 바다를 메꿔 간사지 논을 만들었다. 1.5키로의 방조제가 육지와 바다를 가른다. 썰물로 빠지면 갯벌, 밀물이 들면 바다다. 쌍섬이 나란히, 뒤로 이화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렀다. 여기는 태안반도, 가로림만의 남쪽.
15년 묵은 천일염, 소금독 귀촌 초기 15년 전쯤이다. 어느날 만리포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염전에서 팔고 있는 천일염을 사다 두었던 기억이 있다. 태안반도엔 염전이 많다. 20키로 두 포대가 남아 있었다. 비닐 하우스를 정리하다 발견. 포슬포슬하고 백설처럼 희다. 빈 새 장독을 가셔서 담아두었다. 소금독이 하나 생겼다.
'도내리 감태'...추억으로 사라지다 내가 도내리에 내려올 무렵엔 물론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맘 때면 감태작업에 매달려 온마을 집집이 정신이 없었다. 특히 눈이 많이 올수록 감태가 달다하여 그 땐 감태 값이 한 등급 올랐다. 올해 얼마나 눈이 자주 왔는가. '도내리 감태' 하면 알아주었다. 농한기에 짭잘한 수입원임에도 마을에 감태를 만드는 집이 없다. 어느새 고령화되어 중노동인 감태를 만들 재간이 없는 것이다. 가로림만 남쪽... 쌍섬이 있는 이 넓은 개펄... 갯골에 흐드러진 파란 감태를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 귀농이 늘어나야 할 이유다.
가로림만, 도내나루 앞 바다가 얼었다 바다는 좀체로 잘 얼지않는다. 그런 바다가 얼었다. 보름째 한파다. 북극 한파라고들 한다. 흔히 애교로 불렀던 동장군과 다르다. 가로림만 남쪽 끝. 호수같은 바다. 10여 년 만에 얼었다. 서너 달만에 도내나루에 갔다. 하루에 두 번 조수 간만에 쓸려나갔다가 밀려온 얼음 조각들이 개펄에 질펀하다. 삭막하긴해도 겨울다운 그림이다. 쌍섬의 '해태 바위', 구도항 쪽 언덕에 '카크 다글라스 바위'. 내가 이름을 붙인 도내나루터 지킴이들이다. 볼 때마다 든든하다.
귀촌일기- '쌀 썩은 여' 바로 저기! 쌀 썩은 여. 칼날같은 시커먼 바위들. 礖(여)는 썰물일 때는 바닷물 위에 드러나고 밀물일 때는 바다 밑에 잠기는 바위를 말한다. 암초다. '쌀썩은여전망대' 안면도에 갔다가 관광 안내판을 보고 희한한 지명,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정표 따라, 비포장 도로를 달리..
귀촌일기- 소금도 봄을 기다린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에는 염전이 많다. 꼬부꼬불 해안선이 긴 태안반도가 더욱 그렇다. 질 좋은 소금을 생산한다. 태안 천일염. 정갈하게 겨울나기 갈무리 청소를 해두고간 염전 타일 바닥 위로 파란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따가운 햇빛에 하얗게 소금이 구워질 날도 머지않았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