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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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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어물전의 쓸쓸함에 대하여 재래시장에 볼일이 있다는 집사람을 따라갔다가... ... 인적 드문 겨울 시장은 언제나 을씨년스럽고 춥다. 어물전 입구 어느 가게 좌판을 한 남정네가 잠시 기웃거렸더니 '오늘은 물템뱅이가 물이 좋아유**'하며 여자 주인장이 전기 장판 깔고 앉았던 자리에서 부리나케 일어나 다가와 권한다. 그냥 올 수 없어 돌아온 집사람에게 눈짓을 해 '벌교 꼬막'을 7천원에 한 봉지 샀다. 쓰잘데 없이 번잡스레 기웃거린 죄(?)로...
우박... 막차로 돌아오다 싸락눈인지 우박인지? 요란하게 차창을 때린다. 메주 콩 알 만한 크기가 내 눈에는 우박이었다. 오랜만에 우박... ... 집사람은 고속버스 첫차로 나들이 서울 갔다가 막차로 돌아왔다. 진눈깨비 비바람을 피해 앞산 솔밭을 걸었지만 혼자 집을 지키는 게 오늘따라 허전하다. 過而不改라... 어깃장으로 세상 돌아가는 우중충한 모양새에 어수선한 날씨마저 심란한 하루.
"오랜 만이요!" 못 본체 지나치는 사람에게 "오랜 만이요!" 하자 뒤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인삿말은 물론 나의 농담이었다. 앞뜰 걷기운동길에 만난 집사람. 걷기운동하는 시간이 다르고 코스도 서로 다르다. 평소 각자 자기 조건에 맞춰 따로따로 걷기를 한다. 오늘 참 드물게 소롯길에서 마주친 것이다.
보름동안 혼자 살아보니... 서울 갔던 집사람이 돌아왔다. 보름만이다. 그동안 혼자 살았다. 제때 간식도 챙겨 먹어가며 삼시 세끼 해먹는 일이야 별거 아니었다. 김장했다며 시루떡 가져다 주는 이웃도 있었고.
오늘, 나머지 알타리무를 모두 뽑았다 오늘로서 나머지 알타리무를 전부 뽑았다. 집사람이 정한 행선지를 향해 김장철 때 맞춰 이젠 모두 떠났다. 알타리무 뿐만 아니라 맷돌호박, 검정호박, 누렁호박도 어디론가 덩달아 함께 떠나갔다. 씨를 뿌려 가꾸어 기르는 건 내몫, 나누는 그 다음 일은 집사람이 알아서 한다. 농가월령가에 따라 철이 되면 씨앗을 챙기며 기르는 재미... 이게 나의 보람이다. 맛있게 먹었다는 회신이 더없는 즐거움이다.
백미러에 나타나면 시동을 건다 집사람이 읍내 나가면 나는 차 안에서 기다린다. 오늘은 바우처 안마원, 재래시장, 농협 하나로 마트... 백미러에 나타나면 나는 시동을 건다. 오래된 우리집 읍내 출입 풍속도.
천안에서 날아온 '야콘 소식' 오늘도 하얗게 무서리가 내렸다. 서리가 내린 날은 바람이 없고 따뜻하다. 서리는 꼭두새벽에 내린다. 이른 아침에 밭에 내려가보니 어제까지 쌩쌩하던 야콘 이파리가 풀이 죽었다. 이젠 야콘을 캘 때다. 마침 오늘 천안에서 '야콘 소식'이 들려왔다. 집사람 친구분이다. 지난 봄에 우연찮게 야콘 모종 몇 개를 택배로 보내드렸는데, 방금 캤더니 땅 속에서 '대왕 야콘'이 나왔다는 말씀. 이런 소식이 희소식이다.
해바라기 모종을 심는 어느 부부 해바라기 모종 두 판이 있었다. 모두 100개(포기)다. 이미 뿌리가 내려 밭으로 정식을 해야할 만큼 장성했다. 비가 온다기에 서둘렀다. 모종을 심은 뒤에 비가 내려주면 금상첨화다. 심을 때 듬뿍 물을 준다지만 그게 어디 자연이 가져다주는 단비만 하리오. 오전에는 혼자 하다가 오후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