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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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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늙었구나! 벌써 "야! 너, 늙었구나! 벌써." 오이 밭에서 노랗게 익은 오이를 따면서 절로 나오는 말. 쩍쩍 금이 갔다. 거칠어진 피부가 안스럽다. 노각은 노각대로 맛있다. 노각 무침... 여름이 비로소 이제사 익어가는 이 즈음에 밥상 위에 귀공자다. 달보드레... 쌉쌀하면서 아삭한... 그 맛. 아는 사람 만 안다.
가지, 오이...한양에 가다 며칠 동안의 집사람의 서울행에 동행한 우리집 채마밭의 채소들... 오이, 가지, 브로콜리, 미인 고추 몇 개. 가지와 브로콜리는 올해 첫 수확으로 처음 딴 것이다. 그게 뭐 별 거냐고 할지 모르지만 심어서 기르고 가꾼 나로서는 이런 재미가 쏠쏠하고 특별하다.
피클오이, 오이피클이 되다 줄기가 뻗고 꽃이 피더니 오이가 열기 시작했다. 요즘 날씨에 물만 제때 맞춰 주면 노지 오이는 금방 자란다. 몇 가지 오이를 심었는데 피클 오이가 선두 주자다. 두 그루에 주렁주렁 열었다. 한 개를 맨 먼저 땄다. 자라는 대로 따면 된다.
오이,토마토... 비닐 하우스 시험 재배 초봄에 모종을 심었던 멧밭 노지의 오이와 토마토는 이미 줄기가 말랐다. 오이는 껍질이 단단하게 노각이 되었고, 토마토는 잦은 비에 갈라져 뭉개 터졌다. 이젠 그루터기를 뽑아낸 자리를 김장 대왕무, 알타리무, 김장 배추 모종에게 양도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비닐 하우스에 심어둔 오이와 알토마토가 한 그루씩 자라고 있다. 줄기가 뻗어나 꽃이 피고 열매가 열어 지금이 한창 때다. 언제가지 가나 하며 퇴빗장을 풀어 거름을 덤뿍 주었다. 찬이슬 내리고 무서리까지 어디 두고 보자. 오이, 토마토.
예술 작품이 다로 있나? 모듬 피클 비트, 오이, 미인고추, 파프리카, 자주양파... 모듬피클이다. 옆에서 보니 만들기 간단치 않다. 사흘 걸렸다. 그런데 재료는 모두 내가 재배한 작물이다. 양파는 작년에 심어 월동을 하였고 나머지 재료는 5월에 모종을 심어 8월까지 넉달을 가꾼 것이다. 예술 작품이 따로 있나?
우산 쓰고 고추 따다 올라오다 사라진 태풍, 창밖엔 진종일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피클 담근다며 미인고추 좀 따다 달라는 집사람의 부탁을 받고 밭에 내려갔다. 장홧발에 우산을 받쳐들고 고추를 따기는 처음. 비트, 자주양파, 파프리카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모두 내가 재배한 작물이다. 올핸 어떤 피클 작품이 나올지? 자못 궁금... 귀촌의 하루는 또 이렇게 저문다.
오이 토마토가 나를 부른다
귀촌일기- 첫 오이 가지는 아직. 첫 오이. 세 개를 땄다. 딸 오이가 줄줄이 줄을 섰다. 오이는 한꺼번에 너무 빨리 자라서 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