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열무김치

(17)
열무 김치와 햇고구마 음식에는 서로 어울리는 안성마춤 구색이 있다. 삶은 고구마와 새콤하게 숙성된 김치가 그렇다. 이른 아침에 안마을 버갯속영감님 댁 김 계장이 햇고구마와 열무김치를 가져왔다. 올해는 고구마 알이 제대로 들었는지 간 보기, 맛배기로 캐본 것이란다. 잔털이 보송보송한 걸로 보아 땅 속에서 가을 햇살의 지열을 받으며 비대기를 거쳐야 태깔이 날 게다. 고구마 철. 본격적으로 햇고구마를 캐려면 두어 주일 더 기다려야 한다.
귀촌일기- 열무김치와 잡초 농법 이름 그대로 하잘것 없는, 아무리 잡초라지만 밭일 농사에 잡초는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농사에서 잡초와 씨름이 8할이다. 뽑고,자르고 캐는 일에 팔이 아프고 오금이 땡기고 허리가 휜다. 잡초는 지긋지긋하다. 그러나 이럴 땐 고맙다. 오늘같은 날. 열무는 잡초와 더불어 폭염을 견뎠다..
귀촌일기- 노랑나비,흰나비... 잡아도 잡아도 또 나타나는 배추벌레의 극성으로 자색양배추들의 모양새는 요즘 말씀이 아니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그 때 그 시절의 동요는 오로지 그 시절의 노랫말이었다. 노랑나비, 흰나비. 반갑지가 않다. 아, 정말. 나를 귀찮게 한다. 오뉴..
귀촌일기- 하롱하롱 하루가... 바람이 억세게 분다. 마른 바람, 마파람이다. 아침나절 내 무진 땀을 흘리며 진을 뺀터라 서재에 드러누워 뻗힌 손에 잡힌 시집에 <낙화>가 있다. 한두 번 읽은 시가 아니지만 늘 그렇듯이 다시 눈에 들어오는 글자. '하롱하롱'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이의 뒷모습은 ..
귀촌일기- 잡초 존재의 이유, 열무김치 열무 밭에 핀 꽃. 야생화. 맨날 들어도 이름을 모른다. '알타리 무가 잡초와 함께 자라면 열무가 된다.' 이건 순전히 내 학설이다. 오뉴월 노지 재배에서 우리 밭 무 만큼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무가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만지기도 전에 톡톡 뿌러진다. '몹쓸 녀석.' 백이면 백 사람 잡초..
귀촌일기- 하지를 지나면서 생각하는 귀촌의 낭만 오늘이 하지다. 길어지던 낮은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할게다. 여름은 가고 겨울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벌레에 물리고 땀에 절여도 푸른 여름이 웅크려드는 무채색 겨울보다 좋다. 하지가 되면 한 해가 다간 것 같다. 그래서 어쩐지 허전하다. 하지를 지나는 나의 소회는 올해도 ..
귀촌일기- 새참 라면의 골든타임 요즘 툭 하면 골든타임이 어쩌고 저쩌고 하니 단어 하나도 유행이 있나보다. 말 그대로 풀이해서 황금시간, 놓쳐서는 안 될 바로 제때라는 뜻인데 같은 말이라도 골든타임 운운 하면 퍽 유식해 보인다. 내가 먹는 새참 라면도 때가 있다. 너무 일러도 맛이 덜하고 늦으면 저녁 밥 맛이 떨..
후배들을 위한 용퇴인가? 방 빼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미련없이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는 그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 국무총리,국정원장,청와대 아니면 무슨 정치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집 밭뙤기 농사 이야기다. 보름 전,모종 시장에서 대파 모종을 산 게 발단이다. "어이구,한 단 가지구 어디 붙일거유?" 내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