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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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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수선화를 보면서 앞 마당에 수선화가 피었다. 10년 전에도 그 자리였다. 석류나무, 감나무도 그 자리. 돌 물박지도 그대로. 개나리 울타리도 노랗게 그대로.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건 나. 주름살이 늘었다.
봄비와 수선화 무리에서 멀찌감치 외따로 떨어져 피어 있는 한 떨기 수선화... 분근(分根)을 해주면 포기 포기 마다 꽃이 핀다는 걸 새삼 알았다.
부추가 꽃보다 아름다워... 수줍게 피어나는 수선화가 어찌 예쁘지 않으리요. 돌아온 봄을 어찌 알아차리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부추 새싹... 또한 예쁘다.
앗! 수선화 올려만 보다가 어쩌다 내려다 봐서 그런 가. 해마다 마당에 돋아나는 수선화 파란 새싹을 처음 볼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이렇게 벌써 봄이...하며.
10년, 수선화는 피고 또 피고 올해도 수선화가 만발했다. 유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무렵 2012년 봄에 그린 수선화. 마당에 석류나무와 개나리 울타리를 배경으로 10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 변함이 없다. 두 무더기의 수선화는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그림에서 또다른 세월을 본다. 10년이 마치 엊그제처럼.
봄비 내리는 앞마당 잠시 다녀온 읍내. 봄비는 가는 길목 무내 교차로에도 읍내 중앙통 거리도 내렸다.
봄비 온다했다 아니온다 하더니, 봄비답게 봄비스럽게 내리는 봄비. 꽃잎이 젖었다. 마당에 수선화, 장독대 매화, 울타리 개나리.
지난 겨울은 추웠다 화신이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다. 지난 겨울은 추웠다. 30여 년만의 한파라고들 했다. 마당에 수선화와 동백꽃. 비로소 꽃대가 오르고 꽃봉오리가 자리를 잡았다. 채마밭에 개불알꽃도 이제야 깨어난다. 다들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