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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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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벌써, 벼꽃 벼꽃이 피었다. 모심기가 엊그젠데, 가을이 성큼.
모내기도 A/S를 한다 모내기가 끝났다고 모심기가 끝난 게 아니다. 모내기 논에도 하자 보수를 한다. 이앙기 기계가 편리하다지만 못줄로 늘어서서 심는 사람들보다 치밀하지 못하다. 특히 가장자리 논두렁 둔덕 옆은 이앙기 사각지대다. 이빨 빠진 개오지처럼 빈 곳이 많다. 농부는 짬 나는 대로 논두렁을 다니며 땜질을 한다. 논 가장자리 입구에 한 웅큼 씩 남겨진 볏 모가 긴급 하자보수용 모다. 논자락 군데군데 누렇게 햇살에 바래져 말라 버려진 볏모가 을씨년스럽다. 팽 당한 신세다. 모심기에도 토사구팽이 있다.
오늘이 망종...앞뜰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다" 는 옛말이 있다. 씨를 뿌리고 한편으로 거두는 계절, 망종.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겹쳐 눈코 뜰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이 맘 때가 보릿고개의 절정, 비로소 햇보리를 먹을 수 있어 가난한 농부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 ... 종이와 붓, 물감이 바로 옆에 있어 잠시 짬을 내 그려보았다. 모내기가 끝난 논, 오뉴월 햇살에 볏모는 곧 푸르게 자랄 것이다.
모내기 끝낸 농부의 소감? 앞뜰은 지난주를 피크로 모내기가 끝났다. 트랙터가 쓰레질을 하고, 경운기가 모판을 실어 나르고, 이앙기가 모를 심는다. 모를 찌고 못 줄을 잡아주는 등 품앗이 모내기꾼들로 왁자지껄하던 옛날 모내기 풍속도완 달리 요즘은 조용하기만 하다. 기계화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물꼬를 돌보고 돌아오는 동갑 이웃 박 회장을 오늘 소롯길에서 만났다. "도와주지도 못허구... 고생하셨쓔." 하며 인사를 건넸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글씨, 죽는 줄 알았다니께." 제아무리 기계화, 자동화, 성력화되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힘 들기는 마찬가지.
아카시아, 찔레...사랑은 기차를 타고 쌍섬이 보이는 제방길을 돌아오는 앞뜰을 걸으며 오늘따라 50여 년 전, 학창시절 빌리본 악단이 연주한 '오렌지향기 날리는 특급열차' 라는 컨추리풍 경음악이 갑자기 생각났다. 오렌지향이 어떤지 모르지만 경쾌했다. 그 즈음에 케리부룩의 '사랑은 기차를 타고' 도 좋아했다. 오늘 쌍섬이 보이는 제방을 돌아오는 앞뜰을 걸었다. 여기 모랭이를 돌면 찔레, 저쪽 오르막 언덕길엔 온통 아카시아다. 번갈아 찔레꽃과 아카시아꽃 향기가 몰려온다. 올해따라 두 꽃이 동시에 피었다. 들녁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도내저수지 뚝길에도 아카시아가 만발했다. 시골의 서정... 정짓간에 부젓깽이도 나와 돕는다는 농번기. 입하 소만 절기에 다들 몸은 바빠도 농심은 즐겁다. 덩달아 경쾌한 노랫가락이 절로 떠오르는 계절... 달리고 싶다. ..
소만 사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조 울고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도 방장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 농가월령가 4월령이다. 오늘은 소만. 여름 맛이 난다. 앞뜰은 온통 모내기에 여념이 없다.
앞뜰을 내려다보다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산골짝엔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 있네... 오후 늦은 시간, 읍내 출입에서 돌아와 차고에 차를 대고 앞뜰을 내려다보니 모내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농부. 고향 무정이라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목가적 풍경.
새싹, 새싹들 모내기를 앞둔 씨나락 육묘상자 모판에는 볏모가 자란다. 앞산 솔 밭에는 어린 송순이... 우리집 하우스 안에는 모종들이 다투어 자라고 있다. 옥수수, 해바라기, 야콘, 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