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추

(39)
자연의 힘 돌풍에 번개를 동반했다. 사흘동안 내린 비의 강수량은 140 미리였다. 채마밭에 채소에게는 보약이었다. 며칠 새 훌쩍 자랐다. 물 백 번 주는 것보다 흠뻑 비 한 번 내리는 게 낫다. 배추벌레도 나타났다. 비바람을 뚫고 나비가 어떻게 날아왔을까... 불가사의한 자연의 힘이다. 강풍에 대봉감과 대추가 속절없이 떨어졌다. 이 또한 자연 현상이다.
재덕엄마의 외출 한동안 안보이던 안동네 '재덕 엄마'를 산봇길에 만났다. 말이 새댁 누구누구 엄마지 여든이 넘었다. 길가 그늘에 퍼 질러 앉아 다리를 주무르면서 쉬고 있었다. 왠일로 나오셨냐고 물어 봤더니 대답 대신 까만 비닐 봉지를 열어 보여주었다. 상수리를 주으러 멀리까지 힘든 걸음을 한 것이다. 오동잎 지면 그렇다더니 상수리 도토리가 익어 떨어지면 가을이다. 아, 가을은 익어 절로 떨어지는 계절... ... 오늘 아침에 나도 밤나무와 대추나무 밑에서 밤송이와 대추를 주웠다. 요즘 매일같이 밤송이와 대추 줍는 것도 일이다. 재깍 줍지 않으면 기렸다는 듯이 벌레 곤충들이 들여 붙는다.
가을, 익어가는 것들 대문 간 옆에 배나무. 얼마나 익었을까? 드나들 때마다 들여다 본다. 초여름에 씌운 봉지 속에 배가 영글어 간다. 언제쯤 에나 딸까?
뿌러진 대추나무 단오날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가 영험이 있었나? 대추가 많이도 열었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장맛비가 밤새 내렸다. 제 무게에 뿌러졌다. 대추나무 방망이... 모질고 단단하기로 한몫 하는 대추나무도 어쩔 수 없이 버겁다. 작물이 절로 숨 고르기를 하는 건 자연 현상이다.
대추...영글다 끝 모를 장마에도 푸새 말릴 햇살은 난다더니 오늘은 쨍쨍하다. 삼복이 코앞이라 덥긴 해도 앞뜰을 걸었다. 아닌게 아니라 아침나절인데 벌써 푹푹 찐다. 벼 익는 소리가 들린다. 백로가 날았다. 왼편으로 안마을, 먼 발치에 우리집이 올려다 보인다. 3천 보.
단오,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 마당에서 축대 아래 큰 밭으로 내려가는 돌계단 옆에 대추나무가 있다. 18년 전, 귀촌 초기에 일부러 나배기를 구해다 심은 것으로 그동안 또 나이를 먹어 이젠 완전히 고목 티를 낸다. 해마다 꼬빡꼬빡 대추를 생산해 기특하다. 튼실한 대추를 더 많이 수확했으면 하는 욕심에서 단오 날이면 거행하는 의식이 있다.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 재미삼아 해보는 전래의 풍속.
대추 따는 날 명색이 천고마비 가을인데 무슨 비가 이리도 자주 온담? 대추를 따다 말고 철수. 내일 다시 따기로 했다.
대추와 밤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