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상무 아리랑

LG 93-98 김상무 아리랑(50화) 맥킨지의 '30초 훈련'

50.

 

 

그날따라 아무도 없었다. 에이플랜 전 멤버들이 현장에 가버린 24층은 적막강산이다.

 

 

“ 후지모토입니다. 오늘의 미팅을 요약하면 세 가지입니다. .......... ”

 

사무실의 어디선가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비슷한 내용을 서너 번 되풀이하고 있었다. 후지모토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나는 자리에 일어나 그쪽으로 가보았다. 후지모토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통상적인 대화가 아니었다.

음성 사서함에 메시지를 넣고 있었다. 오전에 나하고 같이 가서 이희종 CU장과 면담을 했던 결과를 누군가에게 보고 하는 중이었다. 면담 요지와 후속 조치를 협의하는 내용이었다.

 

 

“ 무얼 그렇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거요? ”

 

“ 30 초에 다 넣으려면 쉽지 않아요. ”

 

후지모토는 겸연쩍은 듯 두 손으로 머리를 눌렀다.

 

그 앞에는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글씨는 깨알 같았다. 보낼 메시지를 미리 정리한 원고였다.

짧은 시간에 요점을 빠트려서는 안 된다는 매킨지의 철저함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60년대 전보 보낼 때 한 글자라도 아끼려고 전보 문안을 다듬던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 동관에 있는 아카바에게 보내는 겁니다. 의견을 들어야겠는데 지금 연결이 안 돼요. 아마 30분 내로 회신이 올 겁니다. ”

 

아카바는 매킨지 지휘체계로 보아 후지모토의 직속 상사인 ED다. 맥킨지 직제상 상하 간에 실시간 대의 공유였다.

 

"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로써 먼저 정리를 합니다. 매킨지에서 맨 먼저 훈련을 받은 겁니다. ”

 

 

 

 

 

 

그는 사례 하나를 들려주었다.

 

“ 출근 할 때 일본 본사 건물에서 오마에 겐이찌 사장을 만날 경우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이 올라갈 때 사장이 곧잘 말을 건넵니다.

 

일상 업무의 내용이나 이런저런 궁금한 걸 물어보기도 합니다. 긴장 되기도 하지만 신입일수록 사장을 만날 기회가 드물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회가 누구에게나 오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사장이 엘리베이터를 내릴 때까지 궁금증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사장의 질문에 간결하게 요점 위주로 빨리 답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능력입니다.

 

이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뒤통수를 치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매킨지의 ‘ 30초 훈련 ’입니다. “

 

 

정보의 빠른 공유와 준비의 철저함, 바로 이것이 프로의 세계였다. (50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