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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LG 93-98 김상무 아리랑(46화) " 일단 시작해봐. ” <스킬 평가시스템 실시안>

46.

 

 

" 여러분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고 있습니다. 산전 미래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 산전을 우리 손으로 그려 나갑시다. 산전 통합의 에너지가 무엇인가를 보여줍시다. 에너지에 불을 붙이겠습니다. "

 

말에 힘이 들어갔다. 그것은 팀 리더로서 의욕이었다. 에이플랜 팀 얼굴에서 활기를 보았다. 8월 20일 에이플랜팀 멤버 첫 모임 때다.

 

에이플랜을 추진하라는 경영회의 결정에 따라 에이플랜팀을 선발해서 가진 상견례 첫 예비 모임에서 에이플랜 팀원에게 다짐을 했다. 이 약속에 대한 실천이었다.

 

 

 

‘ 에이플랜 팀의 독자적 스킬개발을 위하여 ’라는 부제가 붙은 < 스킬 평가시스템 실시 안 >.

 

 

며칠 뒤면 다가오는 1994년 새해를 앞두고 나로서는 정리를 해 두어야 하는 과제였다. 또한 이희종 CU장의 지침을 구현하는 길이기도 했다. 에이플랜 팀을 통한 CU장의 인재육성 철학이 내가 자신감을 갖는데 힘이 되었다. 계기가 되었다.

 

 

지난 10월 14일, 이희종 CU장이 24층 에이플랜 팀을 찾아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다. 

 

 

“ 에이플랜 팀 여러분들이 스스로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경험이 인재가 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 에이팀 인재 ’ 라고 부르겠습니다. 사업부장은 바로 ‘ 에이팀 인재 '인 여러분들이어야 합니다. 에이플랜은 사업가를 길러내는 프로젝트입니다. ”

 

“ 발탁인사도 하겠습니다. 산전이 갈 길이 이것입니다. ”

 

“ 김 이사. 이번 통합작업은 공부도 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자질도 높이고. 그런 좋은 기회야. ”

 

이희종 CU장은 에이플랜 팀에게 거는 기대를 보여주었다. 

 

 

 

 

 

 

 

 

 

 

외부에서 LG 그룹에 입사해서 지난 14 년 동안 인사와 연수를 담당했던 기간이 10년이다.

그룹 창업 이래 반세기, '인화'(人和)라는 이념은 두루춘풍의 이미지로 고착되었고, 최근에 제정된 '인간존중의 경영' 이라는 <경영 이념> 또한 인재육성에 ‘ 이거다 ’ 하며 내놓을 만한 실체가 없었다.

 

장황한 현상 파악과 외국사례의 흉내는 있었으되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도덕 교과서적인 가치 추구가 실사구시 인재육성의 길로 안내하지 않았다. 

 

 

 

 

에이플랜 팀의 독자적 스킬 개발을 위한 < 스킬 평가시스템 실시 안 >.

 

산전CU의 미래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구상했다. 운영은 에이플랜 팀의 자율이었다. 에이플랜 프로젝트의 팀 리더로서 과제이긴 하지만 그동안 인사와 연수를 담당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 느낌과 감각 ’이 뒷받침되었다.

 

이런 구상의 저변에는 2년 전, 혁신 프로그램인 < 산전 CU OVA 프로젝트 >의 체험이 또한 깔려 있었다.

비록 간접부문의 효율화 프로젝트이긴 했지만 < 산전 CU OVA 프로젝트 >를 수행하면서 ‘ 산전의 수준 ’을 파악하고 ‘ 가야할 길 ’의 방향을 알게 되었다.

 

OVA 추진에서 창출되는 합리화 금액은 차후의 결과였다. 과제를 추출하고 과제해결을 위해 어프로치 하는 프로세스가 중요했다.

문제해결 능력이었다. 컨설턴트인 매킨지와 함께 협업하는 과정에 다시 한번 깨달은 사실이었다. ‘ 산전이 가야할 길 ‘은 ’ 산전의 실력을 키우는 일 ‘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를 토대로 정착한 산전CU < 임원 자기관리 시스템 > 역시 그런 범주의 제도였다. 

 

 

 

 

 

 

 

 

 

 

 

나는 후지모토와 상의를 했다. '산전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젠 후지모토도 한마디 씩 견해를 밝히기 시작했다. 매킨지 멤버로서 나와 함께 들어가 이희종 CU장을 대면하고 대화를 나누는 기회도 가졌다.

지난 넉 달 동안 에이플랜 팀의 일원으로 함께 뒹굴며 팀 리더인 나의 고충과 산전CU라는 조직의 정서를 이해했다.

 

 

한 달 전, 나는 내 뜻을 털어놓았다. 

 

“ 에이플랜 팀 존재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

 

나의 질문에 후지모토는 굵은 안경테 너머로 뜨악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 ................. ”

 

“ 에이플랜 팀의 가치가 우리 산전 CU의 가치라고 봅니다. ”

 

후지모토는 꼿꼿이 앉은 자세로 긴장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 요즈음 기업가치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난 기업의 가치는 인재와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

 

“ 척도가 되지요. ”

 

“ 매킨지가 산전을 위해 일한 흔적을 남겨 보세요. 산전의 주춧돌이 되고 뼈대가 되는 흔적 말입니다. 에이플랜 프로젝트가 단순히 통합 작업이 아닙니다. 인재 육성이라는 작품을 만드는 일입니다. ”

 

“ 김 이사님의 아르바이트 프로젝트구만요. ”

 

후지모토는 얼른 공감을 표시했다. ‘ 아르바이트 프로젝트 ’라는 표현이 그랬다.

 

“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어쩌면 진짜 프로젝트요. ”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 이해합니다. 김 이사님의 진짜 프로젝트! ”

 

“ 예술가 만 작품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그림을 그려봅시다. ”

 

“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도와드리지요. 그런 면에서 산전이 해야할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

 

산전이 그랬다. 

 

‘ 사업가 육성 ’, ‘ 인재 육성 ’.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하나의 실천이었다. 일관성 있는 실행과 꾸준한 실천이 인재육성의 지름길이었다.

선발보다 육성.

 

“ 기회가 왔어요. 에이플랜 팀장으로서 이를 실행하고 실천하는 기회로 생각해요. 에이플랜 추진 과정에서 경험을 체계화하고 산전에 내재화하는 일. ”

 

그는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두 마리의 토끼를 쫒는 나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는 것 같았다. 

 

“ 산전은 인재육성이 급선무입니다. 그러려면 체계적인 육성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산전의 가치는 바로 이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고 믿어요. 이 숙제를 풀지 않고는 산전의 미래는 없습니다. ”

 

“ 아까 아르바이트 프로젝트라는 말은 저의 실수였습니다. ”

 

머리를 긁적이며 나에게 사과를 했다.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진지하게 말하는 표정이 웃음을 자아냈다. 함께 웃었다.

 

 

나의 구상에 후지모토가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주었다. 매킨지 자체 내부 교육 훈련 자료도 가져와 얼개를 그려가며 설명해주었다. 컨설턴트로서 넘치는 성의였다. 

 

 

 

‘ 에이플랜 팀에서 스킬 평가체제를 디딤돌로 하여 산전의 인재육성 툴로 정착시키자. ’

 

내가 구상하는 ‘ 작품 ’의 테마였다. 목표는 인재육성이었다. ‘ 산전CU 본질 ’ 의 추구라는 관점에서 핵심이었다.

먼저 독자적인 스킬의 확보와 평가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즉, 에이플랜 팀의 운영방향이었다.

 

에이플랜 팀은 기존 조직과는 달리, 과제 중심으로 능동적이며 유연한 형태로 운영되어야 했다. 철저한 프로 의식, 챌린지 정신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스킬', '스탭', '시스템' 측면에서 중점을 두고 '스킬 개발' 체제를 구축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에이플랜 팀을 텃밭으로 해서 독자 스킬 개발의 씨앗을 뿌리고 산전 전체에 뿌리를 내려간다는 의지를 담았다. 우선 에이플랜 팀 멤버를 주축으로 핵심주체를 형성하고 서서히 산전 내에 에이플랜 팀의 동반자를 만들어 확산시켜 나간다는 의미다.

 

통합작업을 해 가는 과정에서 숱한 프로젝트의 경험과 태스크 활동이 인재 육성의 코어 스킬이었다. 교과서적인 어프로치가 아니라 경험으로 터득한 지식과 능력을 확대해 가는 살아있는 인재육성이었다.

 

 

이들이 사업부장이 되고 최고 경영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나의 염원이었다. 산전에서 에이플랜 팀 멤버가 아니고는 이를 대신할 인재는 없다고 확신했다. 바로 현장의 경험으로 실전에 강한 인재였다. 

 

이번 제안은 이러한 구상의 첫걸음이었다.

 

 

 

 

 

 

 

 

< 스킬 평가시스템 실시 안 >. ‘ 에이플랜 팀의 독자적 스킬개발을 위하여 ’.

 

 

12월 22일, 나는 이희종 CU장과 튜닝을 했다. 경영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기 전에 CU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조율 과정이었다.

 

“ < 스킬평가 시스템 >을 도입하겠습니다. ”

 

나는 이희종 CU장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 우리 스스로의 능력을 개발하고 실력을 갖추자는 것입니다. 에이플랜 팀 멤버의 스킬 등급에 따라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함으로써 자기개발의 동기를 부여하고, 상여 등 인센티브를 차등화 하는 자료로 활용하는데 있습니다.

 

에이플랜 팀은 기존 조직과는 달리 과제 중심으로 능동적이고 유연한 형태로 운영하겠습니다. 팀 구성원의 철저한 프로 의식과 채린지 정신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Skill, Staff, System 측면에 중점을 두고 에이플랜 팀 독자적으로 스킬개발 체제를 운영해 보겠습니다.

 

에이플랜 팀은 20 개월의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가운데 문제해결의 독자적인 스킬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문제해결 그룹의 체계적인 양성입니다.

 

에이플랜의 종료 후에도 팔로 업 과제와 앞으로의 사업상 과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해결 그룹의 양성은 필수적입니다.

 

에이플랜 멤버에 대한 스킬 평가는 이러한 전제입니다. 나아가서는 간접부문의 스킬 개발을 확산하고 능력 평가를 제도화하는 데 에이플랜 멤버에 대한 스킬 평가가 실험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에이플랜 팀의 스킬 평가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 스킬 개발 플랜 >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 스킬개발 플랜 ’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정기적인 평가인 ‘ 능력 평가 ’와 프로젝트가 완료되었을 때 프로젝트 수행의 ’ 업적 평가 ’ 입니다.

 

 

 

자격의 구분은 6 단계입니다.

 

에이플랜 팀의 팀원으로 신입자는 말 그대로 당분간 ‘ 新入者 ’ 입니다. ‘ 프리 멤버( Pre Member ) ’가 되어야 정식의 에이플랜 멤버가 됩니다.

 

 

6개월 이상 근무를 하면 ‘ 팀 멤버( Team Member ) ’가 됩니다. 2- 3개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1- 2년 근무를 하면 ‘ 서브 리더( Sub Leader ) ’가 되고, 4- 6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 프로젝트 리더( Project Leader ) ’ 자격이 됩니다.

 

이 세 단계에서 ‘ 팀 멤버 ’와 ‘ 서브 리더 ’는 ' 주니어 '와 ' ' 시니어 '로 다시 나누었습니다. 굳이 다단계(多 段階)로 나눈 이유는 자격의 상승을 통해 자기개발을 자극하고 평가와 보상의 차등화를 명확히 하는데 있습니다.

 

에이플랜 팀원으로서 근무기간이 자격 등급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현업에서의 직급이 에이플랜 팀에서 자격과 관련이 없습니다. 오로지 스킬 평가의 프로세스에 따라 자격이 주어집니다.

 

스킬 평가는 평가, 합의, 조정이라는 에이플랜 팀 내부의 운영요령에 따라 확정이 됩니다. 자율적인 에이플랜 팀 내부의 운영 프로세스입니다. 에이플랜 팀에서 실험이 정착되면 여타 간접부문의 평가제도 구축에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간접부문의 평가는 사실상 불가능한 걸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전 부문 평가의 중간에다 점수를 일률적으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동기부여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신입자의 도전적인 자세를 중시하여 계속해서 키울 것인지 돌려보낼 것인지 ( Grow up or out )를 명확히 했습니다.

필요시에는 현업과 교체가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에이플랜 팀에서 육성한 후 현업으로 내보내는 것을 제도화한다는 전제입니다. "

 

 

 

 

 

 

 

‘ 스킬 개발 평가표 ’ 의 평가는 다섯 가지 항목입니다.

'문제 발견', '해결책 입안능력', '프로젝트 관리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실현 능력' 입니다. 각 항목별로는 서너 개의 소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를 합니다.

 

 

전체적인 프로세스는 개인이 각 항목 별로 도달해야 할 목표를 먼저 정합니다. 그리고 실행을 합니다. 6개월에서 일년의 실천 기간이 지난 후에 스킬의 수준을 평가합니다. 평가는 본인의 평가를 토대로 <스킬 개발위원회>의 평가, 합의, 조정의 절차를 거칩니다.

 

이와 같이 개인 별 스킬 수준의 평가는 에이플랜 팀의 자체 <스킬 개발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하여 스킬의 등급을 부여합니다. 이를 축적하여 스킬의 등급과 자격에 따라 승 진급의 인사고과에 반영합니다.

 

그리고 년 간 8백%의 기본 상여 외에 인센티브와 연결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하는 것입니다. 다만 오늘의 제안에서는 추가 상여의 수준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자세히 검토한 후에 별도로 제안을 하겠습니다. “

 

( 추후,  ‘ 팀 멤버 ’ 는 50- 100 %, ‘ 서브 리더 ’ 는 200- 300 %, ‘ 프로젝트 리더 ’ 는 400 %의 년 간 추가상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실제는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팀의 개인별 스킬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을 했다. )

 

 

 

 

“ 그대로 시행 하지. ”

 

이희종 CU장이 말했다. 굳은 어조였다. 펜을 들어 검토안 앞 표지에 힘차게 싸인을 했다. 

 

“ 에이플랜 팀 대한 1 단계의 구상입니다. 사장님의 철학이자 저의 소신입니다. ”

 

산전이 가야할 길이었고 처방이었다.

 

“ 일단 시작해봐. 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거야. ”

 

이희종 CU장은 꺼져가던 공초로 연거푸 다시 담뱃불을 붙였다. 하얀 담배연기가 피워 올랐다. (46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