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창으로 비껴 들어오는 달빛이 대낮같이 밝았다. 어제 늦게까지 하루종일 그토록 난리를 쳤던 비바람을 생각하면 보름달이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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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날이 밝으면 아침에 당장 해야할 일이다. 향일성이라 놔두면 곧장 허리가 꾸부러져 해바라기 농사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쑥대밭이 없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키가 10척이다. 몇 달만에 이렇게 자랐다. 우리집 해바라기 밭은 두 군데다. 올핸 해바라기를 많이 심었다.
철제 지줏대를 촘촘이 박고 빨래끈을 길게 늘어뜨려 묶은 다음,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일이 바로 세워서 해바라기 허리를 하나하나 단끈으로 붙들어 매는 작업. 뒷치닥거리한다는 게 재미없고 힘든 줄 알겠다.
작업이 끝나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보니 노오란 해바라기꽃 한 송이. 고마움을 알아차린듯이 오늘 첫 해바라기가 피었다. 앞뜰 도내수로 건너 산등성이 너머로 멀리 백화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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