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歸村漫筆

'외상거래' 예찬

 

 

 

 

요즘세상에 혀곧은 소리 해가며 굳이 외상 거래를 틀 이유가 없다. 현금을 꼭꼭 챙겨 다니기도 번잡스러워 훌훌 털고 다닌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외상을 그을 때가 있다. 딱 두군데다. 이웃 마을의 팔봉 이발소와 읍내 모종 가게. 

 


며칠 전, 이발을 했는데 면도까지 12.000원이었다. 모처럼 챙겨간 만 원짜리 한 장에서 2.000원이 모자랐다. '그냥 가셔도 된다'는 이발관장의 손사래도 불구, 힘 주어 외상으로 달아 놓았다.

 

바로 뒷날 외상을 갚으러 갔더니 방금 채종했다며 종이컵에 접시꽃 꽃씨를 눌러 담아주시더라.

 

 

 

 

 

 

얼마 전, 모종가게 앞을 지나다가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가듯 계획에 없던 모종 몇가지를 외상으로 산 적이 있다. 며칠 뒤 외상값 15.000원을 갚으러 갔다.

 

모종아지매가 함빡 웃음을 덤뿍 보태 '한번 심어보슈!' 하며 모종 몇 개를 주섬주섬 비닐봉지에 담아주시는 손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디호박과 쑥갓 모종을 정성껏 심었다. 


 "외상은 절대로 잊지 않고, 빨리 갚는다"는 덕목만 준수한다면야...  외상 거래.  각박한 세상살이가 맛깔스럽게 보인다. 

 

 

 

 

 

 

 

 

 

 

'歸村漫筆'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는 복숭아보다 배를 좋아한다  (0) 2021.08.19
'장떡 방아부추전'  (0) 2021.08.18
태안 물가...비싸다  (0) 2021.08.06
단비 내리는 8월 초하루  (0) 2021.08.02
추석 명절배추, 오늘 심었다  (0)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