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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장맛비 변주곡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맛비는 힘이 있어 좋다. 세상을 집어 삼킬듯 시원하다. 나는 비 오는 날이 좋다. 빗소리가 좋다. 운율이 잘 다듬어진 시처럼 처마끝 홈통을 타고 똑똑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그 중에 으뜸이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장맛비가 가랑비 되어 내린다. 장마가 길다. 앞뜰을 걸었다.

 

간사지 원뚝으로 나가는 길목에 조그만 정자 하나. 있는듯 없는듯 발길이 뜸한 정자. 왜 여기다 세웠는지 주인 없는 정자다. 하냥 지나치기만 하다가 오늘 올라가 보았다. 왜 이 정자에는 현판이 없을까. 찾는이 없다고 이름까지 없다니. 시인 묵객이 따로 있나. 나라도 한번 붓을 들어  이름 하나 지어볼까. 비 내리는 날 내멋에 겨운 흥타령의 한 소절일 뿐.

 

보슬비 장맛비를 맞으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