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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옆집 아주머니의 부활... 봄비



'봄비' 하면,  

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면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면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도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내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봄비


즉시 이 노래가 떠오른다. 그러나 농부에게 이런 낭만은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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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실속은 없으면서 때론 찡꼴을 댈 정도로 끈질긴 데가 있다. 올봄 들어 요즘은 가물다. 봄가뭄이다. 오늘 꼭두새벽에 소낙비처럼 소리나게 내린 비는 아주 좋은 단비였다. 특히 옆집 아주머니에게는 고마운 비였다. 어제 서둘러 비닐 멀칭을 하고 땅콩을 심더니 안성마춤으로 오늘 때맞춰 비가 내린 것.

 

아침 산봇길에서 돌아오다 "쉬엄쉬엄 하시라."는 나의 인사에 환한 표정과는 달리 아주머니의 거침없는 대답은 "어젯밤엔 끙끙 죽을뻔 했쓔!"였다. 사래가 긴 경사진 밭에서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제 하루종일 엎드려 땅콩을 심었것다.

 

일에 지쳐 죽을 뻔 했어도 아침에 다시 살아난 건 때 맞춰 내려준 단비, 자연의 조화 때문이렸다. 농부는 밤엔 죽었다가 아침이 되면 부활한다. 집에서 내려다 보니 오늘도 비 내린 땅콩밭에서 무언가 열심히 잔손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