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생강 심을 때가 되었나? 안마을에 사는 박 회장네가 며칠 전부터 우리집 대문 코앞의 밭을 열심히 갈더니 오늘은 생강을 심는다. 이른 아침부터 거실 창틈으로 들려오는 소리들이 부산해서 내다 보았더니 아낙네들 여섯에 남정네 둘이 사래 긴 밭에 여기저기 엎드려 있다.
남정네들이야 단번에 알 수 있어 박 회장과 음암에 사는 박 회장 계매다. 아낙네들은 봄 햇살에 모자를 깊숙히 눌러쓰고 있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 모르긴 몰라도 품앗이꾼 모두 우리 동네 사람들이다.
근처에 있는 밭에서 누군가가 얼씬거리면 생략할 수 없는 절차가 있다. 별 것 아닌 '성의표시'다. 쉬는 때를 보아 마실 음료라도 들고가서 "오셨슈." 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이웃간의 정리인 것이다.
논두렁 밭두렁 들밥 식사나 새참 시간이면 눈에 띄는 사람일랑 불러 청해 을메기 소주 한 잔이라도 권하는 밭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어찌 별 것이 아니리오. 우리 농촌의 순후한 인정이다. 별것 아닌 것들이 점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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