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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귀촌일기- 춘분, 수선화를 보니...






이른 봄, 겨울을 지나 맨땅에서 피는 꽃 치곤 수선화는 빨리 피는 꽃이다. 수선화꽃을 보면 버갯속영감님이 생각난다. 우리집 마당에 수선화는 버갯속영감님이 가져다주신 거다. 뒤란 수돗간 주변에서 초여름에 피는 난초도 마찬가지다. 배롱나무 백일홍, 대추나무, 소사나무, 대나무 분재도 그렇다. 살아생전에 우리집에 남겨주신 흔적이다.


28년을 이장을 지낸 버갯속영감님은 나이로는 나보다 열여섯이 앞섰지만 친구같았다. 지금부터 열여섯 해 전, 심심오지 도내리에 어디서 돌고돌다 떨어지다시피 갓 귀촌한 나는, 귀촌 초기 일 년여 기간의 '우정'을 책으로 엮어낸 바가 있다. <버갯속영감 교유기>.









버갯속영감님은 가셨지만 국가유공자의 집 문패는 아직 그대로이고 해마다 입춘이면 내가 써서 보내는 입춘방도 대문짝 양쪽에 어김없이 붙어있다. '버갯속할머니'는 오늘도 혼자 바쁘시다. 도라지밭이다. 엊그제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에 휩쓸려간 볏짚을 손으로 쓸어모아 흙이 마르지 않도록 다시 덮고 있다.


춘분. 수선화 첫꽃이 피었다. 마침 오늘이 음력 2월 26일. 버갯속영감님 9주년 기일. 올해도 술 한 병을 보내드렸다. 생전에 "담배는 먹어두 술은 입에두 안댄대니께..." 하며 힘차게 손사래 치시던 영감님이지만 오늘 만은 내가 드린 술잔을 어쩐지 마다하시지 않을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