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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잡초와 블루베리



잡초.

농사를 안지어 본 사람은 모른다.





13년 전,

내가 도내리에 귀촌했을 때 첫 일 년 동안의 이야기를

귀촌 정착기랍시고 재미삼아 써 본 글을

책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버갯속 영감님'을 만나 나눈 약쑥에 얽힌

우정 이야기다.


몇몇군데 잡초 이야기가 나오는데

오늘 마침 블루베리를 가꾸며 그 대목이

떠올랐다.




  “허허, 잡초는 잡초여, 볼게 없다니께.”

  버갯속 영감은 이 한마디로 마무리 지었다. 농사는 잡초와 벌이는 끝없는 전쟁이자 농작물은 겨우 건져낸 전리품이었다.

  ‘잡초는 잡초.’

  버갯속 영감이 내린 결론에 나는 가슴이 답답했다. 그 순간 영감은 멀쩡한데 내 허리가 아팠다...

 


  오월에 접어들자 잡초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감자밭은 일주일 방심한 사이에 심각해졌다. 잡초가 어리고 땅이 말랑말랑할 때는 쉬엄쉬엄 뽑아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오월 한 달 동안 매주 거의 두 번씩 내리는 비에 나는 두 손을 들었다... 



잡초란.


그 때까지만 해도 대충 그랬다.






오늘,

올해 첫 농사 블루베리를 위해 나는

무거운 잡초 고무매트를 굴려가며

혼자서 깔았다.


잡초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