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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귀촌일기- 구도항이 보인다,철새가 있다

 

 

 

 

 

 

 

 

  뒤로 난 창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도 생겼다. 당섬을 징검돌로 구도항이 건너뛸 듯 다가왔다. 집 안으로 들어올 그림은 다 들어왔다. 보이지 않으나 왼쪽으로는 청산리 포구가 앉아 다소곳이 오른 편에는 팔봉산이 둘러서 우렁차다.

 

  -세어도 셀 만 한 배들이 섬과 섬 사이에 놀고 있다. 물이 날 때는 얼기설기 장풀(갯골)이 드러난다. 그러다 밀물이면 고즈넉한 호수가 달빛아래 한량없다.-

  보면 볼수록 그랬다.

  -저 바다는 바다가 아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그런 바다가 아니다. 어디선가 밀려온다. 찾아오고 돌아온다. 애당초 파도소리가 없다. 수평선도 없다. 하루에 두 번 물이 찬다. 해가 있으면 바다요 달이 뜨면 거울이다.-

 

  나는 오랜 만에 개펄로 내려갔다. 능젱이와 왕발이가 서로 뒤집어져 놀았다. 박하지도 어슬렁거렸다. 뻘물로 눈만 남은 망둥어 새끼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민물이 흐르는 갯골에 바다고동이 수북했다. 파놓은 숨구멍으로 이름 모를 생명들이 빼꼼 빼꼼 내다보거나 들락거리며 부산을 떨었다. 살아있었다. 저들끼리 분주했다. 개펄은 따뜻했다.

 

 

 

집 뒤로 마주보이는 구도항 풍경을 나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능젱이,왕발이,망둥어,박하지,바다고동이 있을 자리에

오늘은 철새들이 노닌다.

 

개펄은 여전히 살아있다.

오늘도 저들끼리 분주하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