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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귀촌일기- 병원 의사도 피곤하다



이태 전, 서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도 소재 C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달포가량 입원한 적이 있다. 소화기 내과 J 과장님과 흉부외과 P과장, 두 분 의사 선생님의 협진으로 이루어진 큰 수술이었다. 2년이 경과된 지금까지 두 분을 주치의로 삼아 석달에 한번꼴로 서울로 올라가 대여섯 종목에서 정기 검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월 말이 정기 검진일이었는데 우한 바이러스 사태로 병원 원무과와 협의 끝에 3월 말로 간신히 한 달을 미루었다.


우한 바이러스가 대구에서 서울로 옮겨지는듯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여전히 걱정스럽다. 시골에서 서울행 출타가 말이 그렇지 쉬운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한 바이러스까지 겹쳐 노약자니 어쩌니 하는 통에 잔뜩 신경이 쓰인다.

 

점점 다가오는 정기 검진날을 다시 연장해야 하느냐 마느냐... 진퇴양난으로 고심을 하고 있는데 오늘 뜻밖에 P과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문의할 사항이 있어 내가 가끔 전화를 건 적은 있어도 걸려온 건 처음이다.





- 3월 말로 C병원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 예?

- 이러다간 내가 먼저 죽게 생겼습니다.

- ... 다몰라도 끝까지 살아야할 의사선생님이 그 무슨 말씀을?

- 환자는 늘어나는데 C병원은 대책이 없고... 저도 살아야겠습니다. 저도 가족이 있는데...

- ... 어디로 가십니까?

- S의료원입니다.

- 의료원요?


경상도 출신 기질에 평소 솔직한 분이라 말을 빙빙 돌려하지 않았다. 오늘도 속사포같은 직설적인 표현이 화통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나이가 40대 후반으로 자식 맞잡이어서 평소 소통이 편했었다. '저도 살아야겠습니다. 저도 가족이 있는데...' 큰 병원 놔두고 의료원으로... 의미는? 


수인사로 긴 통화를 마무리 했지만 나만 갑자기 붕 떠버린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