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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경칩날 안부전화와 '千日의 서신'






진주에 사는 아재, 대구에 사는 처삼촌 되시는 아재, 과천 사돈, 당진 사돈, 서울 도곡동 사는 고등학교 선배, 일산에 사는 후배...다들 어떠하신지 전화를 걸어보았다. 안부 전화다. 평소에는 잊고있다가 계절이 바뀌어 생각이 나면 가끔 몰아서 전화를 드려보는 것이다. 오는 전화도 있다. 호주에 이민 간 조카, 카나다에 있는 조카, 화곡동 친구, 서울 강남 사는 직장 후배... 봄이 되니까 다들 나처럼 언뜻 생각이 나서 계절 안부를 물어보는 것이리라. 목소리들이 무겁다.


알뜰을 걷다가 멀리서 올려다 본 우리집. 간사지 논에는 아직 살얼음이 풀리지 않았다. 어제 하루는 진눈깨비까지 뿌렸다. 알다가도 모를 하수상한 날씨. 모처럼 갠 푸른 하늘. 가만 생각하니 오늘이 경칩이다. 돌아와 거실 창가에 앉았다. 햇빛이 곱다못해 찬란하다. 햇살이 안마당에 가득하다. 홍송, 해송, 감나무  그리고 꼬마 석등... 펜을 들고 그려보았다. 내 재미다. 올가을엔 대봉 홍시가 얼마나 달리려나. 세상이 어수선해도 봄은 온다. 처음 날아온 '千日의 옥중 편지'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