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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시레기를 삶으면서>





한동안 무심했던 마지막 시레기를 삶았다. 처마 아래 빨랫줄에서 겨울을 보냈던 무청 시레기다. 시레기가 동이 나면서 봄이 온다. 적막했던 지난 겨울의 아쉬움인가, 시레기가 소리를 낸다. 뽀글뽀글 끓는다. 귀로 들리는 소리에다 눈요기 또한 흥겹다. 시레기 삶는 냄새가 구수하다. 구석구석 온 집안에 퍼져서 딴세상이 된 것 같다. 오감 만족의 무청 시레기 솥에서 문득 시골살이의 즐거움이 배어난다.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학창절,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읽었던 <낙엽을 태우면서>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