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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아이러니냐? 넌센스냐?






우리 밭의 동쪽 끄트머리에 있다해서 편의상 '동밭'이라 부른다. 올초 옆집 아주머니가 우리집 동밭을 탐을 내기에 선뜻 내주었더니 며칠 전 트랙터로 밭을 갈고 오늘은 땅에 편안하게 퍼질러 앉아 맷돌호박을 열심히 심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함박웃음으로 "나중에 호박 열면 따 잡수슈~" 인삿말을 했다.





 

옆집 밭과 우리 동밭은 별다른 경계가 없다. 온갖 벌레가 끓어 넘어온다느니 잡초 종자가 쏟아진다느니 하는 아주머니의 푸념을 듣고 눈총을 받아가며 작년 한해 쑥대밭이 되도록 방치해두었던 원죄(?)로 올 한 해만 빌려주기로 했던 것.

가지런히 예쁘게 밭갈이가 된 모양을 보니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나 한번 약속은 약속. 어쩔 도리가 없다.








게다가 나는 누렁호박, 앉은뱅이 맷돌호박 모종을 심을 데를 찾다가 아랫밭 가장자리 둔덕을 그나마 찾아 두 그루를 곡괭이로 파서 심었다. 내 밭을 두고서 오뉴월 뙤약볕에 땀 흘려 곡괭이를 들어야 하는 이 기분... 생각할수록 우스운 코미디 한 토막.  넌센스냐, 귀촌생활의 아이러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