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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그 시절...무말랭이의 추억






예년에 비해 늦긴 했지만 무말랭이를 만들었다.

초겨울의 햇살이 무말랭이에 아주 좋다. 






올해 무말랭이 무는

내가 농사를 지은 게 아니다.

버갯속 영감님댁 무다.


날씨가 영하로  곤두박질 친다기에

급히 뽑아왔던 것이다.

서둘러 뽑아오지 않았더라면

이나마 올해 무말랭이는 없다.


해마다 버갯속영감님 댁 밭 서너 이랑을 빌어

무 씨앗은 내가 뿌려 재배해 왔다.

늦가을 김장철이면 수백 개 무를

몇차례 차떼기로 뽑아와서 일일이 씻고 

팔목과 어깨죽지가 뻐근하도록 

밤낮으로 두어 주일 썰어서

무말랭이를 만들었다.


마당 평석에서 말리는 광경은

진풍경이었다.

어쩌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그런 법석이 없었다.


무말랭이는 쓰임새가 따로 있었다.

말린 고춧잎과 함께 일일이 봉지에 담아

년말 동창회 송년회때 싣고 가서

한봉지 씩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한양행 발길이 무뎌지면서

3 년전 그만 두었다.

지나고 보니 10여 년동안 

귀촌의 한때 재미였다.









쉬엄쉬엄 올해 만든 무말랭이는

고작 스무나무 개.


이것도 한해동안 집사람과 나

둘이 먹기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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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무말랭이 맛을 

모르는 세대.


무말랭이가 

지난 옛얘기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