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적을 구입하여 읽는 재미완 달리,
전에 읽었던 마음에 두고 뜻에 맞는
묵은 책을 다시 꺼내 읽는 재미는
또 다르다.
처음 읽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흥을
그동안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재발견하는 묘미를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책 중에 하나가
<기적의 사과>다.
비료,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를 멀리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연농법으로
세계에 하나 뿐인 사과를 생산해 낸
일본 어느 농부의 이야기다.
농부라면 읽어볼 만 한 책이다.
반드시 농부가 아니라도 인간의 신념과 집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쳐 준다.
우리 밭에도 사과나무가 있다.
올 한 해만 두고 본다면
<기적의 사과>와 다를 바가 없다.
올해 일년동안 나는 병후 조리를 핑계삼아
'아무 것도 안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긴 가뭄, 폭염에도
물 한 번 준 적이 없다.
사과나무를 위해 한 게 없다.
사괴나무에게 미안하지만
그래도 사과는 열어주었다.
위로 뒤덮은 칡녕쿨, 땅 아래로는
옷갖 잡초와 벌레 등쌀에도
열린 사과.
대견하다.
맛보다 모양새나 태깔은
기존의 관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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