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바빴던 그 어느 봄날은 바로
오늘이었다.
절기상으로도 맞아 떨어지는
경칩.
농부가 밭에서 노는 게 당연하지만
-내일 밧개해변에 가면 개불 잡을 요량으로
낙지삽을 사러 잠시 읍내 나들이 한 것 빼곤-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밭에서 딩굴은 하루였다.
거름 뿌리고,
도라지 캐고,
온상 만들고.
크게 기지개 캐고서
일 한다는 즐거움을 마음 껏 누린 날이다.
농가월령가의 콧노래가 절로 나는
봄이라서 더욱 그랬다.
근로를 의무이자 권리라 했다.
농부에게 달력의 빨간날은 없고 오로지
책력의 절기 만 있을 뿐이다.
농사는 시절이 있고 때가 있다.
하긴, 때가 있는 것이 흙냄새 밭고랑
농사 뿐이랴.
오늘 배달한다면 사발통문으로 미리
얘길 좀 하시지...
이른 아침 밥상머리 물리자 마자
들이닥친 거름.
지난 해 말,
농협을 통해 신청했던 숫자에서 3할 정도 깎여
유기질 입제 37 포, 가축분 퇴비 37 포가
배정되어 온 것이다.
갑자기 바쁜 걸음 치게 만들어 그렇지
밭갈이에 때 맞춰 오긴 잘 왔다.
20 키로 짜리 거름 23 포대를
300 평 밭에 들어서 날라다 뿌리고 나니
어깨가 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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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조림에
밭에서 뽑은 봄동 배추쌈으로
귀촌의 하루가 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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