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서리가 하얗게 내린 날은
바람이 없다.
어제 불던 칼바람이 언제냐는 듯
완연한 봄 날씨다.
봄기운에 취해
밭에서 살았다.
문을 나서며 행여 추울가 껴입었던 옷도
곧장 벗어던졌다.
마치 기나긴 겨울을 훌령 벗어던지는
기분이다.
얼었다 녹았다 하던 땅이 햇살을 받아
서서히 물기가 빠진다.
밭갈이 신호만 보내면
문 반장이 트랙터를 몰고 올 게다.
그 전에 지난 가을의 잔재들을 말끔히
치워두어야 한다.
그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월동 하면서 덜 자란 노지 대파를
-실은 김장용 대파로 심은 것이다-
뽑아다 윗밭에 옮겨다 심었다.
제대로 자란 것부터 수시로 빼다 먹었는데
조금 수고로움을 보태주면 키워 가며
봄철에 마저 먹을 수 있다.
귀촌 텃밭의 식재료가
이런 게 아니던 가.
자잘구레하고 번거롭지만
귀촌의 재미다.
거름도 뿌려두어야 한다.
올 영농 계획에는 고추농사는 줄이고
감자와 야콘, 토란에 주력할 예정이다.
30 여 재배 작물의
백화점식 농사야 변함이 없다.
언제 오냐 물어삿는 것도 번거롭고
농협을 통해 주문했던 거름은
아직 소식이 없다.
작년 거름을
오늘은 아랫 밭으로 내려다 놓고
살포는 내일이다.
서산에 해가 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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