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사업 잘 돼유?"
"추어탕 맛 좀 뵈 주슈?"
"저 위에 포강에 가보슈."
"뽀도렁에 물이 흘러야는디... 큰 수로가 나을끼유."
내가 미꾸라지 통발 보러가는 시간이 이른 새벽임에도
뜰에서 오다가다 만나는 동네 사람들의 한결같은
지도 조언에 미꾸라지 훈수다.
우리 마을에서 유일한 미꾸라지 어부의 어획이
아무래도 신통하지 않는다는 걸
밑에 깔고 하는 말이다.
여기서 살아온 터주들의 훈수라 해서 언제적 얘긴가
모두 믿을 건 못된다.
가 보면 멀고, 급경사라 위험하고, 뱀 한테 화들짝 놀라고,
황소개구리 새끼만 잔뜩 들어 있고.
내 방식대로 고수하기로 했다.
내가 가는 곳이 그나마 낫다는 걸 알았다.
이른 아침에 운동삼아 미꾸라지 통발 보러가는 재미...
설령 미꾸라지가 차떼기로 가득한들 소용없다.
매일 조금씩 며칠동안 모아 두었다가
내 손으로 만들어 먹는 추어탕의 진미를
누가 알리오.
올들어 여섯번 째 추어탕 만들기에
마누라의 손길이 바쁘다.
그렇다.
추어탕에는 배추시래기와 토란대다.
토란을 캘 때가 되었다.
토란대도 잘라와서 껍질을 벗기고 부지런히 말려야
내년을 기약한다.
추어탕에 토란대 넉넉하지 않으면 무슨
맛으로 먹나요.
문제는, 여름내내 가물어서
올해 토란 농사가 시원찮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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