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에 워낙 익숙해서
왠지 망둥어 하면 왜소하고 생선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걸
도내리 갯가에 와서 살아보면서 알았다.
앞뜰에 황금빛으로 벼가 익어가는 속도에 맞추어
집 뒤로 가로림만의 망둥어 뱃살이 누르스럼해지면서
도톰하게 살이 올라 몸집이 커진다.
명절이나 대삿날
상차림에 반드시 올라야 하는 생선이 낙지와 더불어
망둥어다.
말려둔 망둥어를 쪄 낸 망둥어 찜이
그것이다.
고장마다 지방의 특징이 있듯이 망둥어 찜은
충청도 태안반도에서는 선조 대대로 즐겨온
아주 비중이 큰 음식이었다.
낚시로 잡지만 수량을 채우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개펄에서 생겨나는 갯골에서 그물을 막아 잡는다.
내장을 꺼내는 등 잘 씻어 다듬어
시눗대 꼬챙이에 꿰달아 말린다.
장대 끝에 달린 도르래를 감아올려서 말리는 이유는
파리떼가 달겨들지 못하게 함이다.
찬이슬이 내리고 하늬바람이 불어올 때면
망둥어 만국기로 온 동네가 장관을 이룬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일렁이면
짓푸른 가을 하늘을
기러기 떼가 훨훨 날아가는 형국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도내포구
갯마을의 서정이었다.
그러나 이 정경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다.
연근해 어족 자원의 보호라는 명목으로 금지되면서
갯골의 개막이 그물을 걷어냈다.
망둥어 추억은 지나간
옛이야기.
연평도의 '꽃게 해적'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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