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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내가 아는 미꾸라지 이야기






이른 새벽에 미꾸라지 통발을 보러갈 때는 늘 

설레임으로 사뿐한 발걸음이다.


기대에 못미치는 날이 많다.

날이 너무 더워 조황이 어수선하다.


미꾸라지가 나타나려면 비가 와야 한다.

날이 선선해져야 한다.


벼이삭이 익어갈수록 미꾸라지도 누릿누릿 살이 오른다.

그럴 때가 되었다.







오늘 아침엔 물꼬 보러 나온 건너마을 문 회장을 

논길에서 만났다.

미꾸라지 통을 들여다보더니 

"허허, 많이 잡었네그랴." 하며 한 말씀 던진다.


언젠가는 그날사 말고 안잡힌 날인데 

'어디 한번 보자' 며 뺏들다시피 해서 보더니

'애게!...차라리 내가 그림으로 그려줄께.' 하며 

나를 놀린 적도 있었다.






우리 마을에서 내가 유일한, 미꾸라지 때문에 귀촌한 것 처럼,

미꾸라지에 관한 한 아주 부지런한 어부라는 건 

모두가 안다.

해마다 이맘 때 쯤엔 만나는 동네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미꾸라지 어획고 궁금증 안부가 첫인사다.


굳이 안잡힌다는 말이 남사스러워 잘 잡힌다고 눙친다.

그러면 '그 미꾸라지 다 먹고 어디다 힘 쓰느냐?'고 곧장 

농담이 잇따른다.






 미꾸라지 어부의 멋을 사랑한다.

이런 거 빼고 귀촌의 멋과 맛을 어디서 찾을꼬.







오늘 두번 째 추어탕이다.


일희일비 하루하루의 조황은 별개.

집어장에 매일 열심히 모으면

맛은 절로 따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