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는 작대기에 철사를 꾸부려서 양파망을 씌운,
내가 만든 감따기가 통했다.
사다리와 합동작전으로.
해마다 감나무가 자라는 데다 올해는 감이 많이 열려
2 미터 남짓 길이의 그걸로는 역부족이었다.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
위 만 쳐다보다가 사다리가 뒤뚱거려
자칫 넘어지기 십상이다.
나무에 달려 있는 감이 어디 가겠냐며 따다 말다 차일피일 느긋해 했는데
갑자기 날은 추워지고 날짐승은 날로 드세게 덤벼들어
찍어먹다가 만 홍시들의 축늘어진 몰골이 즐비하였다.
도리없이 투자를 했다.
폈다 접었다 철제 감따기
5미터 짜리 긴 걸로.
3만원.
역시
감따기 효율 100%.
단번에
대봉 80개를 땄다.
맹점은 있다.
감을 딸 때 당기는 가지가 출렁거리는 바람에 이미 잘 익은 옆 가지의 홍시가
속절없이 떨어진다.
땅에 떨어져 문드러져버린 홍시를 바라보는 순간,
절로 나오는 감탄사.
'아, 아깝다.'
형체가 다소 이그러진 건 그대로 버릴 수야 없다.
나무에 달린 채로 익어,
미리 따두어서 강제로 익힌 홍시와, 빨갛기로 빛깔도 그렇거니와,
단맛의 질감이 비할 바가 아니다.
홍시를 따다보면 본의 아니게
떨어진 홍시를 실컷 먹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또한
늦은 가을날
귀촌의 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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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을 모두 다 따는 대신 단감나무의 남은 단감은
자연에 헌납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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