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이 20% 밑으로 가면 제한 급수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슬금슬금 나올 때까지만 해도
설마 그럴라구, 그럴 수도 있겠지, 하며
제한 급수라는 말이 확 와닿지 않았다.
보령댐 저수율 20.5%, 20.3%, 20.1%,20.0% 드디어 19.9...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물 이야기에
입에서 입으로 저수율 중계방송은 기본이다.
우리가 먹는 물이 어디서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100 키로나 떨어진 보령댐에서 끌어온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가뭄 덕분이다.
올 봄에는 강원도 소양강댐이더니 태풍 철 한여름이 지나자 충청도 서쪽
여기가 가뭄의 대표지역이 되었다.
그저께 꽤나 세찬 비가 내렸다.
40 미리였다.
보령댐에 안부를 물었다.
변동 없이 19.9%.
이번 40 미리는 보령댐 안부에 아무런 희소식이 되지 않았다.
400 미리면 모를 가 40 미리는 어림 턱도 없다는
볼멘소리만 덧대어 들릴 뿐.
오늘부터
드디어 10% 절약 제한 급수가 시작되었다.
복지관이 며칠 문을 닫는다.
단수로 화장실을 쓸 수 없기 때문이란다.
복지관 수업도 휴강이다.
일반 가정도 오늘 단수다.
물을 미리 받아둬야 한다.
10% 제한급수로 보령댐의 한 달치 물 공급을 늘이는 효과가 있다지만
실은 내년 봄이 더 걱정이다.
불러도 불러도 오시지 않는 손님,
400 미리의 시원한 빗줄기.
가던 길 돌아서
언제 다시 오시려나.
오지마라 오지마라 해도 기어이 찾아와 달라붙은
김장 배추밭의 불청객.
배추벌레.
한 이틀 잠깐 사이에 철저하게
그물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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