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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횡재, 늙은 호박 세 덩이

 

 

 

 

 

 

우연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기에 이 세상에 횡재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하나.

 

 

 

 

 

 

늙은 호박 세 개가 발견되었다.

저절로 드러난 것이다.

 

봄날 아랫밭 퇴비 거름자리 가생이에 호박 세 개를 심었는데

여름 내내 요란하게 줄기를 뻗어나가 남의 밭으로 이어지는 언덕바지를

뒤덮었다.

 

여름 내내 온갖 잡초가 뒤엉켜 검불을 이룬데다 비탈진 곳이라 헤집어 들어갈 수가 없어

호박꽃이 피었는지 호박이 열렸는지 내버려 둔채

아예 잊고 있었다.

 

 

 

 

 

 

 

 

가을이 되고 찬바람이 불어 잡초들이 서서히 말라 들어가자

오늘 비로소 호박의 실체가 확인되었다.

 

호박을 심었으니 필연이요,

기대하지 않다가 횡재다.

 

따다놓은 호박에 세 개가 합류하니 스산해지는 가을이

한결 따사롭다.

 

 

 

 

 

 

호박오가리, 호박고지 만들기에 딱 좋은

호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