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歸村漫筆

귀촌일기- 2015년 대봉 곶감 만들기

 

 

 

 

 

 

감나무가 여러그루 있는데 오래 묵어 허우대 크다고 감이

많이 열리는 건 아니다.

 

아랫밭 밭둑의 대봉 감나무는 3미터 남짓 작달막하다.

 

봄에 감꽃이 피고진 다음 여름에는 감나무 잎에 가려 미처 몰랐는데 가을이 되자

노란 감색이 완연해면서 옹골차게 열렸다는 걸

비로소 뒤늦게 알았다.

 

감나무 하나에 실히 두 접 반은 된다.

250개가 열렸다는 이야기다.

 

 

 

 

 

 

 

빽빽하게 달린 대봉이 하루가 다르게 굵어지자 무게를 주체하지 못해

갸날픈 가지가 휘어지다가

비스듬히 드러누우면서도 뿌러지지 않고 용케도 버텨왔다.

 

생명의 힘은 신비롭고 한편으로

새끼를 다루는 모정이 애틋하고 갸륵하다.

 

 

 

 

 

 

 

 

 

오늘 곶감을 만들었다.

 

일단 40개다.

 

 

 

 

 

 

 

'일단'이라는 단서를 다는 이유는 곶감 만들기 목표가 100개인데

곶감걸이가 40개 밖에 없었다.

 

해마다 곶감 2,3십 개는 만들어 왔던대로 올해도 그 정도 생각했으나

갑자기 100개로 크게 늘어난 건 예상외로 올해 감이 풍년이기 때문이다.

 

죄다 홍시로 먹어제낄 수도 없어 곶감을 만들기로 한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깎은 감을 일일이 바늘로 찔러 실에 꿰거나, 산적구이 만들 때 사용하던 대나무 꼬챙이를 찔러

빨래걸이에 걸어두고서 매년 곶감을 만들어 왔는데

올 정초에 수덕사에 바람쐬러 갔을때 절간 입구에 늘어선 어느 가게에서

유난히 빨간 프라스틱 곶감걸이가 번쩍 눈에 띄어 '이거다' 반색하면서

즉석에 구입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내 곶감 제조 방식이 너무나 촌스럽고 얼마나 불편했던가 하는 

내 스스로에 대한 방증이자 반성이었다.

 

 

 

 

 

 

 

그날 희희낙락 들뜬 마음에 산다고 산 것이 고작

40개였던 것이다. 

 

감 40개를 깎는데도 손에 쥐가 날 판인데 곶감 100개를 실로 꿰고

대꼬챙이로 찔러서 될 일이 아니다.

 

부랴부랴 태안 읍내 나가가서 

마트란 마트, 농자재마트, 다이소, 그릇 가게...온갖곳을 다 뒤져봐도

곶감걸이를 파는 곳이 없었다.

 

통 크게 그 때 100개 쯤 사둘 걸, 짧았던 내 생각을 오늘 새삼 되돌아보면서

지금 당장 수덕사 절간 밑으로 달려갈 수도 없어 갑갑하기만 하다.

 

 

 

 

 

 

 

 

내친 김에 앉은 자리에서 당장 100개를 만들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도리가 없다.

 

오늘 '일단' 40개만 매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