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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호박오가리를 만들며...

 

 

 

 

 

 

가을이 여물어 가는 이맘 때면 가끔 혼란스럽다.

 

'이젠 추수도 끝나고 무슨 일이 그리 많어?'

 

전화통을리는 친구의 목소리에 오늘도

내가 대꾸할 말을 잊었다.

 

 

 

 

 

 

 

 

아득히 멀어져 가는 지난 여름날의 아쉬움을 달랠 사이도 없이

이러구러 한해가 저문다고 생각하니 발밑에 구르는 낙엽에

눈길이 절로 간다. 

 

농삿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 때가 조근조근

할 일이 더 많다.

 

끝과 시작이 어딘지 모르는 것이 농사라는 걸 알면

귀촌에 어지간히 문리가 트였다고 봐도 된다.

 

 

 

 

 

 

 

 

 

서쪽 찬바람이 불어오니 서리 내릴 걱정이 앞선다.

 

동이 트며 하루가 열릴 때 마다 또다른 일이 기다린다.

 

'안하면 그만인 것을...'

말이야 쉽다.

 

평소 털털거리며 지나가던 뒷길 경운기 소리가

오늘 아침따라 군기가 바짝 들었다.

 

 

 

 

 

 

곶감에 이어 오늘,

호박고지가 처마 밑에 걸렸다.

 

얼마 후

무청이 빨랫줄에 줄줄이 내다 걸리는 날.

 

비로소

나의 가을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