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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꽈리허리노린재, 올해 고추농사는 풍년일 가?

 

 

 

 

 

 

 

 

 

 

오늘은 네 물째 고추를 땄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말을 걸핏하면 내 입으로 하면서도

고추 따는 일은 쉬운 걸로 알고

고추 따는 일일랑 마누라 몫으로 치부했다.

 

세 물과 네 물 고추를 연거푸 내가 따게 된 건

집안일 핑계 이런저런 구실에 시간은 가고, 비는 온다 하고,

도리없이 내가 넘어갔기 때문이다.

 

비좁은 고랑 사이에서 허리를 꾸부렸다 폈다,

앉았다가 기었다가,

온몽을 비틀었다가 제꼈다가...

이런 중노동이 없다.

 

 고추가 빽빽히 들어선 고추밭은 더 덥다. 

햇볕은 내려쬐고 바람이 안통한다.

 

세 물째 딸 때까지는 두 바께쓰였다.

네 번째는 네 바께쓰다.

고추 양이 두 배로 늘었다.

 

땀은 세 배로 흘렸다.

 

 

 

 

 

 

 

고추밭에 드디어 나타났다.

 

'꽈리허리 노린재'다.

빨대 입으로 고추 줄기의 양분을 들이키고 있다.

 

알에 갓 부화한 놈, 성충이 된 놈, 3대 4대가 한데 어우러져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나 하나 고춧대를 흔들어 털어주었다.

노린재가 땅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날쌔게 다시 기어오른다.

 

노린재가 휩쓸고 지나가면 고춧대가 힘을 못쓴다.

고추가 익기도 전에 말라버린다.

 

오늘 고추 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건

노린재 때문이다.

 

 

 

 

 

 

힘들다는 마늘 농사보다 더 힘든 농사가 고추농사다.

 

올 고추농사는 틀렸다고 동네사람들의 푸념이 일찌감치 흘러나왔다.

올핸 해충들이 유별나게 득실거린다.

 

 

 

 

 

 

게다가 고추가 칼로 자른듯 쪼개지는 현상은

이 또한 무슨 변고인고?

 

 

 

 

 

 

고추값이 오를 조짐이다.

 

느릿느릿 지붕으로 퍼지는 아침 햇살을 보고 오늘 하루의 찜통더위를 가늠하듯

귀촌 12년의 경력에

시절, 통박 재는 실력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