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면 확 달라진다.
오늘 땅콩 밭이 그렇다.
웬 풀이 그다지도 빨리 자라는 지
오늘 또 땅콩밭을 맸다.
주위가 깔끔해졌다.
땅콩 수확이 좋고 나쁘고는 나중 일이고
기분이 상쾌하다.
선녀나방.
새하얗게 색칠을 한듯 까둔 알에서 깨어나기에 흰벌레 나방이라 불렀는데
그 이름도 그윽한 선녀나방이란다.
그것도 미국에서 왔다고 해서
미국 선녀나방.
우리나라에 몰래 들어온 지 5,6년 밖에 안됐다는데 이곳 충청도 오지까지 창궐하는 걸 보면
전국에서 선녀나방의 피해가 대단하긴 대단한 가 보다.
"농약사 가면 약이 있슈! 사다 뿌려유."
대문 옆 무화과 나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선녀나방 애벌레를 보고
이웃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우리집도 대단했다.
그러나 수꿈해졌다.
'김빠진 맥주에 소금물' 처방이 효험을 보았나!
땅콩밭도 그렇고 무화과도,
몇 마리 눈에 띄긴 하지만 확실히 줄었다.
대추나무는 완전히 벗어났다.
여긴 또 뭐야!
뒤란으로 돌아가는 곳.
장미 가지.
오리나무 잎새.
애벌레의 분비액이 새카맣게 말라 눌러붙은 흉물스런 모습.
선녀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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