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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3천량'은 갈갈이상추였다

 

 

 

 

 

 

 

채소 모종을 팔면서 채소 이름을 모르는 모종장수 아지매였다.

들어도 까먹은 건지, 아예 알 생각이 없었던 건지 '3천량집에 가서 물어보슈!'가 유일한 대답이었다.

 

장사 수완은 출중해 모종 시장을 압도하는 아지매는

세월이 흐른 12년차 단골이다.

 

내가 보기에 그동안 아주 많이 유식해졌다. 

 

지금에야 모르는 채소가 없어 보이지만

 그 때 그 '3천량'을 새삼 물어보진 않았다.

 

'3천량집'이란 갖가지 채소가 주류를 이루는

태안 읍내 3천원 짜리 실비 부페 식당을 말한다.

백화산가든이라는 근사한 이름이 별도로 건재한데도

부르기 좋고 외우기 좋게 다들

'3천량집'으로 통한다.

 

3천량 부페를 찾아가 3천원을 내고 밥을 먹으며

흰 모자 쓴 종업원에게 물어보았다.

종업원 중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해마다 모듬쌈채소 씨앗을 봉투채 사다 뿌렸는데 채소밭은 

내 기대 이상으로 펄펄하다.

그 중에 이녀석이 늘 들어 있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이녀석을

우리집에서는 입에 익은대로 '3천량'이라 부른다.

'3천량'이라 해도 먹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치커리 사촌 쯤으로 생각하고

굳이 이름을 알려고도 하지않았다.

 

 

 

 

최근에 이름을 알았다.

 

'갈갈이상추'

 

서울에서 오신 손님이

가르쳐주셨다.

 

어쩐지

본명이 따로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갈갈이상추...라.

갈갈이상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