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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제8회 충남예술제, 비는 짧고 인사말씀은 길다

 

 

 

 

 

 

 

비가 온다더니 비가 온다.

 

소문도 없이 막무가내로 비가 퍼붓고 하던 시절은 지나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 하면 비가 내린다.

과학의 힘이다.

 

지금 농촌은 가물다.

 

오다 가다 만나거나 모이면

밭작물엔 비가 와야 한다고들 다들 입을 모은다.

 

 

 

 

 

심어 놓은 고추,땅콩,단호박,생강 뿐만 아니라

곧 거두어들일 마늘,양파,감자도 비대기에 다다른 지금 이 때

비를 한번 쯤 흠씬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 맞춰내리는 비는 농사에는 보약이다.

관정이나 포강에서 퍼올린 펌프 물이 아무리 넘쳐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엔 못당한다.

 

밤새 잠결에도 비소리가 들렸다.

오는 듯 안 오는 듯 아침나절까지 비가 내렸다.

 

비 예보에 따라

서둘러 끝낼 건 끝내고 치울 건 치우고 했으므로 느긋했다.

묵직했던 어깨죽지를 펴며 오늘 하루를 홀가분하게 보낸다는

한가함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비가

이런 여유도 준다.

 

 

 

 

 

 

지금 

만리포에서 충남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올핸 <서해바다,충남예술을 품다>라는 컨셉으로

8회째다.

 

 

 

 

 

 

 

오후 2시. 마침 간 시간이 개막식인데

도지사,해수부 차관,군수,도의회의장,예총회장,국회의원, 또 국회의원, 태안유류사고피해대책위원장...

순서로 릴레리 하듯이 서로 띄워주기 공치사가 주류를 이룬 환영과 축하의 인사말씀이

길고도 길었다.

 

주최자인 충남예총회장의 인사말로 끝내고

다른 분들은 사회자가 참석해주셨다는 공지만 하면 좋겠는데

우리의 '인사말씀 문화'가 언제 바뀔 지

오늘도 요원했다.

 

내내 빗방울이 오락가락 하며 찌푸렸던 하늘이 맑아오더니

햇살이 돋았다.

 

비가 그쳤다.

 

 

 

 

 

 

 

 

 

 

30 미리 쯤으로 기대했던 비는 5 미리도 안된다.

 

밭고랑도 제대로 적시지 못했다.

 

 

 

 

 

 

감꽃은 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