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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두부 만드는 날, 경로당 가는 날

 

 

 

 

 

 

 

 

 

 

건너마을 동네인데도 오가며 요즘 부쩍 형이니 아우니 하는 소리가 잦더니

오늘은 두부 만들기에 뭉쳤다.

 

영빈네,재성네,미경 엄마와 함께 가재풍 씨집에서 두부 만들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며칠 전에 들었는데 

여러 정황으로 보아 집사람이 바람을 잡은 게 분명하다.

 

 

 

 

 

 

 

 

 

 

두부 만드는 일이야 농한기 한갓질 때 흔히 해먹는다.

 

부녀자들 입장에서는 그 일이 하도 번거로워 선뜻 두팔 걷고 나서기

엄두가 안난다. 

한나절 내 맷돌에 갈고 불 때서 연기 피우다 보면

동네방네 소문 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한 일은, 

아침 아홉시에 영빈네 집에 가서 밤새 불려둔 콩을 가져다

읍내 방앗간에서 갈아오는 일이었다.

 

영빈네,재성네는 콩을 각각 3키로 씩 내고

가 씨네 집은 두부 만드는 도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데다 땔감을 조달하는 등

나름대로 공평 분담의 원칙이 있었다.

 

 

 

 

 

 

초장에 물 데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 시간은 남정네 둘이 무쇠솥 걸린 아궁이에 앉아

번갈아 불을 땠다.

 

이 따끈한 불 맛.

 

얼마 만이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제부터 멤버 체인지.

 

바지 나가고 몸빼바지 대거 등장.

 

물이 끓자 방앗간에서 갈아온 콩물을 붓고

콩물이 눌어붙지않도록 두부전용 갈대빗자루로

쉴새없이 젓는다.

 

'거꿈 올라오는겨?'

 

'아직 아녀.'

 

'성미가 괄괄헌 이가 저어야 빨리 끓는디...'

 

'맞어!맞어!'

 

 

 

 

 

 

두부 맛은

쉴틈없는 수다가 한 몫 하는 듯.

 

 

 

 

 

 

 

 

메주콩 삷고 두부 만드는 데는 화력은 콩대가

가장 좋단다.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으니 어릴 때 

그 시절을 잊었는가.

 

 

 

 

 

 

 

 

 

 

 

 

 

 

두 소꿈 째 끓으면 보자기에 퍼내 담아

걸름발 위에서 절구 도굿대로 눌러 짠다.

 

 

 

 

 

 

비지.

 

 

 

 

 

 

 

간수 붓고...

 

두부가 어리기 시작한다.

 

 

 

 

 

 

 

 

 

 

 

보자기를 덮은 뒤

순물을 떠 내고...

 

순물에 머리를 감으면 좋단다.

 

 

 

 

 

 

 

 

 

 

이게  순두부.

 

틀에다 부어면 두부로 굳어진다.

 

 

 

 

 

 

 

 

 

 

온기가 남아있는 가마솥 위에 10분정도.

 

두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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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린 콩에서 방앗간 둘러 두부가 만들어지기까지

정확하게 두 시간이었다.

 

여자 다섯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

 

 

 

 

 

 

 

 

 

 

두부가 식기 전에 곧장 찾아가는 곳은

경로당.

 

'중늙은이'들이 '상늙은이'들을 위해

때 맞추어 두부 만들기를 서두른 이유이다.

 

 

 

 

 

 

 

 

 

 

 

 

 

 

 

 

 

1월의 마지막 날.

 

창너머 경로당의 햇살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