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다 먹으유. 빨리 짤라유."
들깨밭을 지나가던
옆집 아주머니의 성화가 거세다.
아닌게아니라 참새들이 개나리 울타리, 뒤안 시눗대 숲에
진을 치고 있는 게 까닭이 있었다.
"요건 참새가 다 까먹은 거래유."
새카맣게 된 들깨 가지 끝을 가리키며
설명까지 지극하다.
귀촌 10년에
모르는 것도 많아라.
까만 색깔이면 들깨가 잘 익어서 그런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차피 해야할 작업인데
아주머니의 거듭된 성의를 외면할 수 없어 순서를 바꿔
들깨 추수부터 시작했다.
예취기로 잘라 마당에 갖다 널어놓으니
구수한 들깨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오랜 출타에서 돌아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니
옆집 아주머니의 거듭된 채근에
비로소 귀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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