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이야기가 나온 김에
들깨 이야기를 좀 더 해야겠다.
동네 사람들의 눈썰미는 놀랍다.
언제 눈여겨 보았는지, 우리집 들깨밭을 보고
들깨 농사 잘 지었다고 칭찬해 마지않았다.
원 가지를 제때 잘 잘라주어서 잔 가지가 많이 나와
들깨가 아주 잘 영글었다는 이야기가 욧점이다.
이제껏 들깨농사 잘 지어놓고 참새들 한테 다 뺏긴다며
빨리 잘라서 말리라는 엊그제 옆집 아주머니의 성화도
결국 그 말이었다.
들깨 잎을 워낙 좋아해서 여름내내
들깨 잎으로 쌈 싸먹고 겉절이 해먹고 볶아먹거나
더러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채소와 함께 나누어준 것 뿐이었다.
좁쌀스런 들깨나 깨 농사는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적성에도 맞지않아
들깨 잎을 딸 때도 한장 한장 따는 게 아니라
언제나 가지채로 뚝뚝 뿌질러 오는 버릇이 그것이다.
귀촌 이래로 아예 들깨는 포기한 채 잎이나 먹고 장아찌나 담그는 나더러
들깨농사 잘 지었다는 말은 아연 나를 실소케 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더니
올핸 됫박 들깨를 먹게되려나,
마당에 잘라다논 들깨를 바라보며 횡재라도 한 기분이다.
"저 놈의 가로등 땜시..."
옆집 아주머니의 탄식이었다.
밝은 가로등 불빛 아래는
콩이나 들깨 등 열매 작물을 심지 않는다.
반경 5미터 이내에서는
키가 크고 잎만 무성할 뿐 전혀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자연의 이치란 참으로 묘하다.
캄캄한 밤이 있어야 들깨도 연다.
어쨌거나
뒤늦게 가로등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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