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를 재수할 무렵인 1966년에, 나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조동에 살았다.
불광동 버스종점과 녹번동 사이가 대조동으로
북한산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면 곧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독바위가 다가오고 독박골을 따라
불광천,연시내가 갈래되어 흘렀다.
나무가 썩지말라고 시커면 콜탈을 칠했기에 검정다리라 불렀던 다리 위로
차장 목소리도 카랑카랑한 10원짜리 콩나물시루 짐짝
불광동행 버스가 무겁게 지나다녔다.
6.25 직후 피란민들이 불광천,연시내 주변에 널리 살았고
허허벌판에 뚝방 저지대인 갈현동 일대는 물난리 상습 침수로
쓰레기 매립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산전벽해가 이 말인 가, 불광이 불야인 가,
오늘의 불광,대조의 밤거리는 휘황찬란하기만 하더라.
大棗의 棗가 대추나무 棗자이다.
그 옛날에는 대추나무가 많아서 대조동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대조동에 살면서 대추나무를 본 기억은 없다.
아뭏든
내가 시골에서 상경하여 말만 서울, 별이 알알이 박힌 까만 서울의 밤
첫 잠을 잔 곳이 대조동 하늘 밑이다.
대추가 잘 되었다.
올 단오 때는 시집보내기도 빼먹었는데
작년의 영험이 이제야 나타난 모양이다.
대추가 자꾸 떨어진다.
오늘도 잡초 매고 올라오다 한웅큼 대추를 주웠다.
줏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맛이 들었다.
달다.
'대추 먹다 배꼽 나오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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