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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나는 농민이다. 태양초와 토란탕

 

 

 

 

 

 

 

바다낚시 한번 갔다오면 일이

확 밀린다.

 

내 사정을 봐가며 미리 약속하는 낚시가 아니라

당일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연락이 오는 통에 이걸 어쩌나 잠시 생각을 하지만

한번도 낚시를 거른 적은 없다.

 

어제만 해도 그렇다.

 

무씨를 한창 넣고 있는데 박 회장이 '오늘,뭐 할껴?' 하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특별히 중뿔난 일이 없는 이상,

같이 가자할 때 따라가는 게 낚싯배를 가진 이에게 대한

평균적인 예절이다.

 

 

 

 

 

어제 바다로 나가

오늘 새벽 야밤에 돌아왔다.

 

물때가 좋다고 부풀었던 기대완 달리 조황은 별로였다.

 

럭 두 마리에

장어 네마리.

 

많이 잡고 덜 잡고야 낚싯꾼의 일상사라지만

신통찮은 일진에 눈에 불을 켜고 하는 밤낚시는

확실히 피곤하다.

 

 

 

 

 

늦게 자도

내 사전에 늦잠이라는 건 없다.

 

앞뜰을 내려다보니

이런 날일수록

햇살만 퍼지면 하늘은 더없이 푸르다.

 

 

 

 

 

 

 

태양초, 태양초 고추.

 

그리 만만하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농사의 절반은 잡초와 씨름이다.

 

대파,쪽파,열무,동치미무,갓 등

심어야 할 가을 채소들이 줄을 섰다.

 

부지런히 밭을 일궈야 한다.

 

 

 

 

 

해마다 추석 차례상엔 햇토란탕이다.

 

무성한 잡초를 제거하며 토란 밭에 진입했다.

 

올핸 시절이 너무 빨라서

아직 영글지 않았다.

 

 

 

 

 

 

 

토란이야 있다.

묵은 토란이라고 햇토란 못지않다.

 

토란탕.

 

농민의 아내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하긴 추석 명절 밑은

늘 그렇다.

 

 

 

 

 

바다낚시로 어쩔 수 없이 걸렀던 미꾸라지도

오늘은 대면을 했다.

 

 

 

 

 

초가을의 하루.

오늘도 할 일은 많아라.

 

나는 농민이다.